지난 5월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통합해 ‘(사)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새롭게 출범했다. 새로운 길을 함께하게 된 두 협회가 어떤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어떻게 투자 생태계를 꾸려갈까. 씨엔티테크 대표이자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전화성 협회장과 제주센터 이병선 센터장이 만나 투자생태계의 현실과 내일을 이야기해 봤다.
Hwa-Seong Jeon, President, of the Korea Startup Accelerator and Early Stage Investors Association & Byeong-Seon Lee, Director of JCCEI
두 협회의 통합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견인
이병선 안녕하세요. 우선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것을 축하합니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협회 간의 협력을 넘어 통합까지 이뤄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화성 지난 2월에 제4대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으로 먼저 취임했어요. 그전부터 두 협회가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죠. 여전히 우리나라 액셀러레이터 산업에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 많으니, 힘을 합쳐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통합은 전적으로 이런 니즈에 의해 이뤄졌죠. 또 제가 두 협회에서 모두 활동하고 있다 보니 통합 과정도 어렵지 않았고요.
이병선 두 협회의 통합으로 어떤 것들이 달라질까요. 또 새롭게 출범한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앞으로 어떤 것들을 지향할지 궁금합니다.
전화성 가장 큰 변화는 액샐러레이터의 범위를 더 넓혔다는 겁니다. 통합을 앞두고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가진 곳만 포함할지, 아니면 CVC(기업주도형 밴처캐피털)나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하는 VC도 포함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거시적으로 볼 때 모두가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주체이므로 함께하기로 합의되었죠. 내년부터는 ‘시드머니 투자’, ‘프리 A투자’ 그리고 ‘보육’과 연관되어 있으면 모두 우리 산업의 주체로 규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모태펀드 확대와 액셀러레이터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위탁사업 확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죠.
해외 거점 운영으로 글로벌 입지 강화
이병선 최근 스타트업 신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진출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이때 액셀러레이터의 역할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역시 글로벌 진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현재 중국과 베트남 등 현지에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타트업과 회원사가 해외 진출 시 소요 비용을 낮추고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반대로 우리나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스타트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인구 절벽시대에는 인바운드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현지 거점을 활용해 해외 스타트업에 인바운드 전략을 홍보하기도 하죠. 우리나라 VC 생태계의 전문성과 열정 그리고 본사를 우리나라로 옮겼을 때의 장점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의 한 기업을 역플립(flip)시켰고, 현재 팁스를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도 베트남 스타트업의 역플립을 검토하고 있어요.
명실상부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
이병선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뿐만 아니라 씨엔티테크의 대표이시죠. 특히 씨엔티테크는 지난해 국내 액셀러레이터 최다 투자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창업 배경과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전화성 학생 때부터 창업 DNA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창업한 회사가 작게나마 엑시트에 성공했고, 그 자금으로 2003년에 씨엔티테크를 만들었어요. 시작은 B2B 외식 주문 중개 플랫폼입니다. 그러다 2012년에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회장님이 주관하는 ‘고벤처포럼’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멘토링을 요청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졌죠. 늘 결론은 자금 부족이었어요. 서로 돕자는 생각으로 2013년 첫 투자를 시작했고, 운이 좋았던 건지 5년 후 전체 투자 금액의 2.5배 정도 되는 금액을 회수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해외 진출에 더 관심을 두고 있었고, 액셀러레이팅은 부수적인 일이었죠. 이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외 진출이 봉쇄된 후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팅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에는 80건 정도 투자했고, 올해는 90건 이상될 것 같습니다.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게 아닐까요.
이병선 앞으로 더 좋은 투자 및 회수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정말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는 무엇인가요?
전화성 씨엔티테크가 2013년 처음 투자한 ‘쿠캣’이죠. 식품 기반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인데, 2022년 GS리테일에 550억 원에 매각하며 엑시트했습니다. 쿠캣 이문주 대표의 겸손한 자세와 노력이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이라는 게 어느 순간에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기잖아요. 이문주 대표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도, 힘든 시기에도 늘 겸손했어요. 제가 지켜본 바로는 이런 분들이 잘되시더라고요.
이병선 얼마 전에는 투자자, 창업가가 모여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는 ‘2024 C-포럼’도 직접 개최하셨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참석하면서 눈길을 끌었어요.
전화성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에 조선비즈와 함께 두 번째 2024 C-포럼을 열었습니다. 건강한 창업 투자문화 조성을 위해 정부 관계자, 스타트업 창업자, 투자자,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를 모시고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지식포럼이었죠. 앞으로 매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병선 이렇게 많은 성과를 이뤄온 데는 창업가로서 특별한 경영철학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화성 씨엔티테크 경영철학은 ‘상즉인(商卽人)’입니다. 조선시대 말기의 유명한 거상 임상옥의 말인데요, ‘장사는 곧 사람’이라는 뜻이죠. 코로나19 당시 푸드테크 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음에도 구조조정보다는 기존에 있던 인력을 교육해 액셀러레이터 조직을 새롭게 꾸렸어요. 사람을 중시하다 보니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의 내일
이병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액셀러레이팅과 투자를 수행하면서 지역 생태계의 조성자로서 역할하고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전화성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졌고, 대기업 또는 자제차와 연계되어 많은 성과를 이루고 있잖아요. 공공AC로서 투자, 보육뿐만 아니라 펀드 조성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주체이죠. 특히 각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의 역할은 매우 크고요.
이병선 일각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펀드를 만들고 투자하는 것이 민간AC의 역할과 중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화성 저는 오히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민간AC가 모태펀드 공동운용사(Co-GP)로 함께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봐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공의 영역에 있으니 인프라를 활용하기도 쉽고, 대기업과의 네트워크도 있죠. 대부분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Co-GP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병선 제주센터는 지난 10여 년간 제주만의 혁신적인 스타트업·투자 생태계 조성에 힘써왔는데요,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화성 ‘해녀의부엌’, ‘애쓰지마’, ‘어신’, ‘에어딥’, ‘레미디’ 등 예전부터 제주도 기업에 투자하고 있을 만큼 제주는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제주센터와 Co-GP도 이루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웃음). 저희는 제주도 기업들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어요. 제주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환경, 문화 콘텐츠 그리고 청정 자연이 스타트업에게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으니까요. 제주도 기업이라고 하면 브랜드 이미지도 좋고요. 앞으로 좋은 스타트업이 꾸준히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이병선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출범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음에도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전화성 특히 제주도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그동안 제주도 내 창업가를 많이 만나봤어요. 어떤 창업가보다도 열정적이고 의지가 강하더라고요. 그만큼 남다른 기업가 정신도 갖췄고요. 저희가 투자한 기업뿐만 아니라, 또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서 제주도 내 모든 창업가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