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타트업의 글로벌 성장 지원을 목표로 스타트업 플레이어와 전문가들이 모인 2024 글로벌 진출전략 세미나가 지난 6월 17일 J-Space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제주센터의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하나로, 중국·홍콩 시장 및 인도네시아·태국·미얀마 등 동남아 진출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알차게 채워졌다.
확장과 연결에 답이 있다
글로벌 진출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온 제주센터가 그 열매를 맺고 있다. 홍콩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기조 발제를 맡아 제주센터의 글로벌 운영 상황과 향후 확장 계획을 공유했다. 이병선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했는데 올해는 조금씩 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제주의 많은 로컬 창업가가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에 일본과의 연결에 집중했다. 현지에서 엑스포를 진행하고 재일교포의 출자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펀드도 추진했다”며 일본에서의 성과를 먼저 밝힌 이 센터장은 “일본을 넘어 동남아와 중화권 시장으로의 전개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센터는 IMM인베스트먼트 홍콩과 MOU를 체결하고, 적극적으로 홍콩 현지답사를 진행했다. 프리디그룹(FreeD), 커넥서스(Connexus)와 같은 협력 기업도 확보했다.
더 넓은 시장에 눈뜨다
제주센터의 중화권 진출에 중요한 파트너 기업인 프리디그룹의 이민규 이사와 아벨 자오(Abel Zhao) 공동대표가 함께 세미나의 첫 세션을 열었다. 캐나다에서 공부하다 만난 두 사람은 홍콩에서 스타트업으로 다시 의기투합했다. 프리디그룹은 동아시아권 40여 개 국가에서 B2B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폐쇄몰(외부에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쇼핑몰)을 포함한 이커머스 분야에서도 활약 중이다.
인구가 700만 명에 달하는 홍콩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요 수입품은 채소와 과일 20%, 고기 18%, 해산물 16% 등의 비율을 보인다. 또한 법인세는 16.5%로 매우 낮고, 투자 배당에 대한 세금이 없어서 사업체를 구축하는 데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멤버십이나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인큐베이팅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을 뗀 이민규 이사는 “홍콩에서는 보육과 투자로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콩에 수출하는 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홍콩 시장을 공략한 후에는 인구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두드릴 수 있다. 이민규 이사는 “무작정 인구가 많은 곳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도시를 선정해 입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베이징, 상하이, 선전을 진출 도시로 추천했다. 이는 가장 개방된 광둥-홍콩-마카오를 공략하고 중국 본토로 들어가는 GBA(Global Business Analysis) 전략에 기반하는데, 세금 역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육아용품을 비롯해 화장품, 건강식품이 인기 있는 카테고리”라며 “오픈마켓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폐쇄몰과 여행 플랫폼의 고객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홍콩 현지 법인 설립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느냐”는 질문에 “서류만 잘 준비되면 2주 내로 된다”며 “해외 진출 시 자력으로도 성과를 이룰 수 있지만, 파트너사의 도움이 있다면 더 빠르게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AI 및 빅데이터 기반 글로벌 기업 커머스 솔루션 제공 스타트업 ‘프리디’ Abel 대표
로컬을 알면 길이 보인다
제주센터의 동남아권 진출 파트너인 케이스타일허브 박윤정 대표가 다음 순서를 맡았다. 인도네시아에서 화장품 구독 플랫폼 ‘언니스(Unnis)’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했다. 인도네시아는 화장품을 직접 제조하는 나라인데, 현지 브랜드 모델로 한국 연예인이 자주 발탁된다. 케이팝과 드라마의 인기도 매우 높다.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PPL로 나온 음식점까지도 체험하고 싶어 한다.
한국 음식 하면 쉽게 떠오르는 떡볶이를 팔면 어떨까. 박윤정 대표는 “떡이나 고추장 재료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상품 가격이 낮아 비즈니스 모델로 권하기 어렵다”며 현지 상황을 미리 살펴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화장품이나 식품 등의 소비재에 대한 니즈가 큰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2억 8,000만 명 중 상당수가 모바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다. 박윤정 대표는 “케이스타일허브는 현지 뷰티 블로거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콘텐츠와 상품을 제공하고 정기구독까지 끌어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인허가, 수출 컨설팅, 통관, 현지 유통, 쇼케이스, 팝업스토어까지 다방면으로 돕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남아 국가는 수입품에 대한 규제 정책이 자주 바뀌는데, 수출 준비부터 통관까지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을 어려워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인도네시아는 수출신고 후 물류창고에서 전수 혹은 샘플 조사를 거치며, 인력과 직접 대면하여 서류를 작성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 패키징 단계에서는 광고가 금지된 성분과 문구 사용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로 통용되는 이커머스 플랫폼도 국가별로 상이하다. 박윤정 대표는 인도네시아 진출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토코피아(Tokopedia), 쇼피(Shopee), 고젯(GoJek), 그랩(Grab) 등 다양한 플랫폼을 소개했다. 또한 “현지에서 제주 제품의 가격이 높은 편이라 화교계 중심의 부유층을 타깃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인도네시아 뷰티 플랫폼 ‘언니스’ 운영사 ‘케이스타일허브’ 박윤정 대표
제주 흑돼지 등 청정 축산물 유통사 ‘탐라인’ 고덕훈 대표
제주 원물로 세계를 겨누다
제주의 돼지고기로 싱가포르와 홍콩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탐라인 고덕훈 대표가 세미나의 마지막 연단에 섰다. 2014년 설립 이래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온 탐라인의 정육 제품은 배달의민족의 축산 카테고리에 최초로 입점했고, 정관장몰에도 베스트상품으로 올라와 있다. 2020년에는 홍콩으로 1,800만 톤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금액으로는 2,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쾌거였다. 2020년 ‘제10회 제주 수출인에 날’에는 수출대상을 수상했다.
탐라인의 홍콩 진출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중국의 헝다그룹이 제주 감귤 수입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고덕훈 대표가 “제주의 흑돼지고기도 유명한데 왜 감귤만 보느냐”고 질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탐라인은 2019년부터 2년간 홍콩에서 흑돼지 요리대회를 열고, 수상자 대상으로 제주도 연수 기회를 제공하면서 제주 원물을 홍콩에 홍보했다. 헝다그룹과는 첫 거래로 냉동이 아닌 냉장육 10마리분을 배편으로 보냈는데, 헝다그룹이 고기 품질을 확인하고 바로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는 일 년 반 가까이 꾸준한 신뢰를 쌓은 결과였다. 고 대표는 “계약서에 서명하면서는 형제의 연을 맺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탐라인은 현재 제주센터를 통해 IMM인베스트먼트 홍콩 진출의 제2막을 준비 중이다. 홍콩 현지에 원육을 직접 판매하며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가공육 제품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고덕훈 대표는 “제주에서 시작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션 발표가 끝난 후 참가기업 간 팀별 및 개별 멘토링이 이뤄졌다. 기업별 맞춤형 정보와 글로벌 진출전략에 관한 정보 공유가 이뤄져다.
제주센터는 앞으로도 제주 스타트업의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진출 멘토링, 현지 파트너를 통한 수출 및 유통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현지 유통 파트너와 파트너십 구축하고, 창업지원 기관 간의 교류 및 투자 협력에 관한 전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화권 진출 지원을 위한 보육기업 상담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