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인 고덕훈 대표
청정 자연에서 건강하게 자란 제주의 돼지로 세계시장을 넘보는 10년 차 기업. 탐라인은 2020년 홍콩에 대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제주 흑돼지의 위상을 바다 건너까지 전했다. 정관장몰, 배달의민족, 와디즈 등 온라인 채널에서도 제주 흑돼지로 ‘업계 최초’와 ‘베스트’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탐라인의 고덕훈 대표를 만났다.
Q. 탐라인은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청정 제주의 현재를 지키고, 미래를 선도한다는 비전을 담아 탐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어요. 2014년 설립하고 올해 사업 10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제주산 축산물 가공부터 생산, 제조,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맡고 있죠.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회사 영문명은 ‘Topline’으로 변경했습니다. 탐라인을 영어로 ‘탑라인’이라 발음해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한림읍 금악리에 계약농장이 7곳 있고, 곽지에 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 ISO22000인증과 국내식품위생체계 HACCP인증과 검역시행장 인증을 받은 가공장이 있습니다. 현재 35명의 정직원이 근무하고 있고요, 설립 후 매년 100%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축산업에 뛰어드셨나요?
A. 저는 작곡을 전공하고 20대 후반부터 제주에서 교육, 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했어요. 늘 제주의 미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마흔이 되며 내린 결론이 바로 제주의 원물을 다뤄야겠다는 거였어요. 제주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50만 두가 넘습니다. 하루에 약 3,500두가 도축돼요. 그중에 약 1,000두가 흑돼지고요. 육지와 제주에서 소비되고 있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꼭 맛보고 가는 것도 흑돼지잖아요. 제주에서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탐라인의 제주흑돼지 선물 세트
Q. 해외에도 제주 흑돼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고요.
A. 유전적으로 흑돼지는 백돼지와 달라요. 세계의 돼지고기랑 비교해 봐도 흑돼지의 고기 색이 가장 예쁩니다. 먼저 눈으로 맛을 느낄 수 있죠. 지방의 탄력도도 높아 흐물거리기보단 사각거립니다. 맛이야 개인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지만, 확실한 건 제주의 자연에 있습니다. 우리가 흑돼지를 키우는 환경을 보면요, 천연 암반 화산수를 먹이고, 한라산의 울창한 수목 식생 덕분에 공기도 맑아요. 300고지 이상 중간산에 위치한 양돈장은 얼마나 돼지를 건강하게 살찌우기 좋은 환경인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잘 팔리는데 굳이 수출할 필요가 있나 하는 질문도 받지만, 가장 좋은 식재료는 세계의 VIP를 상대로 고급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탐라인이 흑돼지로 처음 홍콩에 진출한 것이 2018년이거든요. 2019년엔 흑돼지 요리 경연대회도 열었고요. 2020년에는 중국 및 홍콩시장에 제주산 청정 돼지고기를 수출하면서 전년 대비 100% 수출 증대 성과를 거뒀죠. 덕분에 제10회 제주 수출인의 날에 ‘수출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수출에 있어서 탐라인이 최고라 자신합니다. 최근에도 양돈농협에서 수출 문의를 받았는데요, 홍콩 유통 업체를 소개하는 등 수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같이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Q. 온라인 판로 개척, ‘JQ인증’ 1호, 100억 매출 달성까지. 비결이 뭘까요?
A. 제주의 축산 가공 생태계는 다소 폐쇄일 수밖에 없어요. 지역 내 식당 납품이 대부분이죠. 회사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구조라 사이가 좋기 어려워요. 창업 초기엔 식당영업을 하다가 사업 방향을 바꿨어요. 제주 안에서 경쟁이 아니라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기로요. 초반 2~3년은 식당영업이 없으니 힘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터닝포인트는 코로나로 외식이 줄었을 때 찾아왔습니다. 온라인 판매와 해외 수출을 주력으로 하다 보니 가정에서의 온라인 주문이 많이 증가했거든요. 4~5년 차부터는 매출이 꾸준히 100%씩 상승했어요. 지금은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고기국수집이나 돈까스집에서도 저희 고기를 씁니다. JQ(Jeju Quality)인증은 제주특별자치도의 공식 품질인증제예요. 탐라인은 제주 축산업계 최초로 JQ인증을 획득했어요. 정관장몰 JQ인증관에 입점 후 지금까지 베스트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고요. 배달의민족 전국별미관에도 축산업계 최초로 입점했고요. 와디즈에서는 펀딩 목표금액 2,000%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신선함과 품질 때문이라 자부합니다. 탐라인의 흑돼지는 도축가공 이후 이틀 내로 도착해요. 살코기 결을 따라 지방을 잘라내고 일정한 양만 남기는 공정도 요즘 소비자 입맛에 맞춘 거예요.
탐라인의 해외 진출을 이야기하는 고덕훈 대표
Q. 지난 2020년 1,800톤 규모의 홍콩 수출계약 체결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홍콩 수출 계약은 정말 오랜 노력의 결과였어요. 당시 5년 동안 독점으로 홍콩에 수출하게 됐는데, 중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면서 홍콩으로 반입되던 중국산 돈육 물량이 줄었죠. 때마침 제주의 청정 자연에서 생산한 돼지고기가 홍콩 시장에서 통한 겁니다. 기존에 홍콩으로 공급하던 물량의 25배에 달하는 약 400두의 돈육을 매달 독점 수출키로 했죠. 해외 유통 시에는 냉동 유통이 일반적이에요. 중국 헝다그룹에서도 냉동으로 물량을 받아도 괜찮다고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냉장 컨테이너에 10마리분의 고기를 실어 홍콩 보내봤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품질과 맛이 변하지 않았죠. 하지만 계약 직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파트너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잠정 수출 중단에 합의했습니다. 싱가포르 수출도 준비 중이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작년 4월 현지에 미슐랭 스타 셰프 30여 명과 축산유통 관계자를 모아서 시식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장 진출을 준비했어요. 한 달 뒤면 한국과 싱가포르가 검역 협상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됐거든요. 작년 5월에 국내 구제역 발생으로 협약이 잠정중단됐죠.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잡는 게 탐라인의 철학입니다.
Q. 수출이 아닌 해외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을 앞뒀다면서요? 제주센터를 통해 IMM인베스트먼트 홍콩과도 연을 맺었고요.
A. 올해 상반기에 홍콩 해외법인을 설립합니다. 현지 수입업체 경유가 2020년의 전략이었다면, 이제 직접 홍콩에서 제주의 흑돼지 브랜드를 론칭하려고요. 홍콩 인구는 730만으로 제주의 10배에 달해요. 홍콩을 전초기지 삼아 유럽 진출도 꿈꿉니다. 왕족이나 대기업 회장을 손님으로 받는 두바이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도 미팅을 준비 중입니다.IMM인베스트먼트 홍콩으로부터는 우선 보육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투자를 받아 회사의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니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요. 제주의 원물 그리고 그중에 흑돼지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네이버 쇼핑에서도 판매 중인 제품들
Q. 창업 초기에 지원이나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고 들었어요.
A. 탐라인은 지금까지 투자를 받은 적이 없어요. 창업 당시에 39세 이하의 청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타트업 지원을 받을 수 없었죠. 모두 개인 대출로 해결했어요. 그때의 어려움을 알기에 지금은 탐라인이 ‘스타트업아일랜드 제주 개인투자조합’에 1호로 참여해 제주 스타트업 육성에도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저도 어렵게 시작해 봤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어요.
사업 초기 투자 유치 후에는 회계와 세무를 정확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회계·세무 전문가를 보육기업과 매칭해 주는 제주센터의 덕도 보고 있죠.
Q. 탐라인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흑돼지가 제주도민의 자산이라면, 탐라인의 자산은 직원입니다. 유사한 업력의 동종업계 회사에 비해 직원이 두 배 이상은 됩니다. R&D부터 홍보마케팅까지 알찬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더 내실을 다지며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거예요. 직원들도 이직률이 낮은 걸 보면 회사에 대한 애착심도 크다고 보고요. 신제품으로는 용암해수로 염지한 제주흑돼지 하몽의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어요. 초콜릿보다 부피도 작고 가볍지만, 가치 있는 상품이자 선물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제주지식센터 지원으로 흑돼지부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1년 단위 사업도 시작해요.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탐라인은 단지 돼지고기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제주의 우수한 원물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추구합니다. 전 세계의 VIP를 겨냥한 미래산업 선두 주자가 될 탐라인을 기대해 주세요.
깔끔하고 위생적인 생산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