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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의 영웅을 돕는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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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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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누구나 분리배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오이스터에이블 배태관 대표가 생각해낸 방안은 바로 적절한 ‘보상’. 자원순환에 참여할수록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분리배출을 유도하고, 이런 자원순환체계를 확장하며 쓰레기가 다시 자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간다. 제주센터 보육기업 오이스터에이블이 이뤄갈 순환하는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흙 속의 진주를 뜻하는 오이스터에이블의 이름처럼 부가가치가 낮아 보이는 쓰레기 사업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셨습니다쓰레기처리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이를 소재로 창업에 나선 계기는 무엇인가요?
현대 사회의 도시를 보면 교통체증은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데, 쓰레기 문제에 관해서는 그만큼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제가 건축을 전공했던 만큼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과하게 소비하지 않는 건물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다양한 환경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잖아요. 단적인 예로 도시에서는 늦은 밤이면 길거리에서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해결하고 싶었죠.
하지만 외국계 건축 관련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갑자기 쓰레기 재활용을 아이템으로 창업하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 반응이 부정적이었어요. ‘그런 일을 왜?’, ‘그게 가능하겠어?’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죠. 지금이야 환경적인 이슈가 중요하고 언론에서도 수없이 환경오염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개인, 기업,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창업 이전만 해도 제가 느끼기에는 사회적으로 인공지능, 5G 등 새로운 기술에 관한 관심이 더 컸어요. 물론 지금은 아주 다릅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어떤 문제보다도 환경보호를 우선순위에 두는 일이 많죠. 그래서 오이스터에이블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제주도를 포함해서울 등 수도권의 지자체나 대기업 등과 협업해 자원순환 문제의 해결을 돕고 있는데요주요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대표적인 사업 분야는 애플리케이션 ‘오늘의 분리수거’와 다회용기 반납기 ‘랄라루프’입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AIoT 분리배출함과 연동돼 자원순환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다양한 보상을 제공합니다. 앱 사용자가 분리배출함에 페트병이나 우유갑 등 재활용 폐기물을 투입하면 인공지능으로 이를 인식해 사용자에게 종류 상관없이 10포인트를 적립해 줍니다. 포인트는 식음료나 업사이클링 제품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죠. 2022년 6월 기준 수도권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약 28개 지자체에 500여 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랄라루프’는 다회용컵 무인 반납기입니다. 스타벅스 등에서 음료 포장 구매 시 1,000원의 보증금을 내면 다회용컵에 음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이 끝난 다회용컵은 스타벅스 매장이나 제주공항 등 랄라루프가 설치된 곳 어디서든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에코제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타벅스, SK그룹과 함께 제주도 전 지역을 대상으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서울 일부 지역의 매장에서도 운영 중입니다. 제주도에 랄라루프를 가장 먼저 설치한 이유는 섬이라는 조건 덕분에 자원순환 체계가 잘 이뤄지는지를 시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순환은 제주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죠. 내륙은 쓰레기를 다른 지역으로 운반해 처리할 수 있지만, 제주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제주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죠.
수익은 수거함 판매 및 설치 등 인프라 구축과 운영 관리로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ESG경영이 확산하면서 많은 기업과 지자체에서 환경보호와 자원 순환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분리수거 앱 실행 화면
오이스터에이블이 구상한 자원순환 체계는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참여자에게 큰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분리배출 제도와 다른 것 같습니다분리배출 시 얻을 수 있는 보상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재활용·재사용보다 새로 제품을 만드는 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쉬워요. 그러니 경제성을 생각해 그냥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현행 분리배출제도만으로도 한계가 있고요. 예를 들어 지금 시행되고 있는 ‘공병 보증금 반환제’에 따라 재활용 표시가 있는 유리 소재의 소주, 맥주, 탄산음료 병을 소비자가 편의점 등 구입처에 반납하면 100∼35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형식인데, 과정이 번거롭고 생각보다 보상이 적습니다. 소비자들은 조금 더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고, 더 큰 보상을 원하죠.
적절한 보상이 따른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고, 그만큼 오이스터에이블의 분리배출함이 많은 곳에 설치되겠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은 ESG경영의 일환으로 환경보호에 관심이 커진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환경보호에 기여함으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소비자는 분리수거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로 생필품이나 외식 기프티콘 등을 구입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이죠.
무엇보다 폐기물을 재사용하려면 순환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와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사업 분야도 있을까요?
재활용이든 재사용이든, 자원순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요. ‘어떻게 회수할지’, ‘어떻게 순환시킬지’가 관건입니다. 우선 원활한 회수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쓰레기를 더 편하게 분리하고 배출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죠. 현재 제주에 약 3,000곳의 클린하우스(생활 속 쓰레기 처리를 위해 설치한 쓰레기 수거장)가 있어요. 가능한 모든 곳에 랄라루프와 AIoT 분리배출함을 설치한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순환 체계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그린도시 조성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AIoT 분거수거함이 더 설치될 예정인데, 180곳 정도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음식 배달 서비스에도 다회용 그릇을 적용하고, 이를 수거하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미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데, 배달음식 서비스 특성상 그릇의 종류 다양하기 때문에 가방에 담아 회수하는 형식이거든요. 이를 규격화한다면 분리, 수거, 세척, 유통 등 전 과정 더 수월해질 겁니다. 용기 규격화는 현재 흐름으로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요.
AIoT 분리배출함에 페트병을 투입하는 모습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라보며 오이스터에이블만의 순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얻는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도 가능하다고요?
오이스터에이블은 처음부터 자원순환에는 환경보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쓰레기를 다시 사용해야 할 자원으로만 여기지 않고, 순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에도 집중했죠.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과 종류 등을 지역과 시간별로 분석하는 겁니다. 사업 모델을 설계할 때부터 데이터를 모아 수익화하고, 더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생각을 했어요. 현재 지역별로 배출되는 쓰레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누가 어떤 종류의 물품을 얼마나, 언제 소비하는지 등의 정보를 수치화하면 기업은 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주 쓰는 제품군을 파악해 다양한 제품을 제안하거나, 나아가서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기업이 이를 파악하고 알아서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기존의 정기배송 서비스보다 한 단계 진보한 시스템이죠.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ESG 분야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이런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는 데 바탕이 되는 대표님만의 ESG경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환경보호나 자원순환을 강조해도 오이스터에이블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실제로 소비와 자원순환을 주도하는 사용자는 영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지구의 환경 위기를 막을 힘이 있습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의 역할은 우리 주변에 환경을 지키는 영웅이 늘어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그들이 더 환경보호에 힘을 발휘하도록 응원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거죠. 나아가 우리 사회가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더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대우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이스터에이블은 앞으로도 자원순환에 앞장서는 영웅을 대우하고, 그들이 편리하도록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랄라루프와 AIoT 분리배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