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좌)·양승현(우) 원루프 공동대표
코로나 장기화로 출근과 원격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어가는 이 시점, 원격근무자의 관심사는 일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원격근무자들을 위해 공간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센터 투자기업 원루프는 최근 리모트워크, 워케이션 붐과 맞물리며 점차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적힌 'We Serve Workers!(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모토가 인상적입니다. 원루프가 이러한 모토를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양승현_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재택(원격) 근무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해요. 이는 2019년보다 무려 12배나 폭증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를 도입했고,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 또는 출근과 원격 근무를 병행하고 있죠. 최근 여러 테크 기업이 사무실 근무를 다시 추진했는데, 이에 반발한 직장인들이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하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합니다.
원격근무가 하나의 메가 트렌드가 되는 이 시점에 리모트워커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요? 바로 '일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입니다. 많은 리모트워커가 집 또는 카페, PC방 등에서 일하는데, 애초에 그곳은 일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요.
저와 조용우 대표 역시 원격근무로 일하면서 그런 불편한 점들을 지속해서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근무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원루프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루프제주 숙소
말씀하신 '공유 오피스 서비스'는 기존에도 다른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원루프의 서비스가 그런 업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용우_원루프 서비스의 특징을 키워드로 간략히 표현하자면, '시간제 요금'과 'IoT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제공되는 공유 오피스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월정액 개념으로 다소 부담되는 액수의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원루프랩은 이용한 시간만큼만 결제하는 후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부담을 줄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선불 이용권이나 추가 요금 없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지점 기간 이용권, 제주도에 운영하는 워케이션 공간까지 통합으로 이용할 수 있는 'ONEPASS' 이용권 등 다양한 요금 체계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춰 부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양승현_실제로 원루프랩을 단기간 이용하는 분들의 통계를 분석해보면, 한 사람당 평균 이용 요금이 3만 원 내외, 즉 10시간 정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와요. 다른 코워킹스페이스 서비스처럼 월정액으로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할 필요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서비스의 강점입니다. 또한, IoT 기술을 적용해 '원루프앱' 하나로 내 주변의 일하기 좋은 장소를 찾고,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세 곳의 원루프랩뿐만 아니라 제휴를 맺은 거점 오피스의 출입과 결제까지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별한 점은 기존 서비스의 경우 제휴된 공간에 대해 별도의 운영시스템 없이 정보만 제공하는 데 머무는 반면, 원루프 플랫폼은 세계 최초로 출입 시스템을 통합 제공해 '공간 제공자'와 '공간 이용자'를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앱 하나로 장소 찾기, 출입, 결제까지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22년 11월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가 6,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지금과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창업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이 어떤 과정으로 창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양승현_저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에서 근무했어요. 근무하는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를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창업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후 다른 회사의 CFO(재무이사)로 일하거나 대학 선배와 공동 창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점은 스타트업의 성공에 팀빌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팀빌딩이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던 중 당시 제주도에서 오피스텔 건물을 관리하고, B2B로 사원 식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의 원루프였죠. 당시 원루프는 기획과 실행능력을 갖춘 인력들이 있는 상태여서 뭔가를 새롭게 도전하기에 좋은 상황이었어요.
문제는 회사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메인 비즈니스였던 사원 식당 서비스가 큰 타격을 받았어요. 그때 저와 같은 회계사 출신이자 친구였던 조용우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위기를 타파할 뭔가를 같이 해보자고요. 조용우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원루프로 합류했습니다.
조용우_저는 부동산 담보부 채권 매각과 관련된 자문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업무 특성상 다양한 부동산을 평가하면서 '이 위치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어떤 가게나 서비스가 들어와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양승현 대표의 합류 요청을 받게 되었고,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원루프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원루프 애플리케이션
어찌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기회가 된 것이네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용우_사업을 새롭게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사업자금이 필요했는데, 제주센터를 통해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원루프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투자 이외에도 제주 지역 내 로컬크리에이터, 다른 벤처기업과 주변 소상공인들과의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주선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네트워크 자리에서 항상 나눴던 이야기가 있는데,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체가 제주도민뿐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워케이션 콘셉트로 운영하는 '원루프 제주'는 그런 측면에서 그분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사업 형태예요. 서울 등 전국에서 확보한 원루프 이용자들이 앞서 언급한 'ONEPASS'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제주도로 유입되고,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과 네트워크로도 연결되죠.
양승현_원루프 제주를 관광지가 아닌 원도심에 운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만약 원루프 제주가 관광지에 있었다면,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그들에게만 한정될 것입니다. 원루프 제주가 제주도 내 로컬 기업과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있는 원도심에 있기에 자연스럽게 그들과 섞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더 나아가 이용자들이 더욱 쉽게 주변 상권을 이용하고, 주변 네트워크와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원루프 제주의 지하주차장에서 곧바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서비스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고요.
단순히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제주도와 외부 전문 인력의 네트워크 활성화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감당하는 원루프의 활약이 인상 깊습니다. 그렇기에 원루프가 앞으로 꿈꾸는 비전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양승현_현재 원루프와 뜻을 같이해 공간을 제공해 줄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1차적으로는 수도권 지하철역마다 1개의 원루프 제휴 지점을 확보해 모두 300개의 지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점마다 1,000명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면, 약 3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가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제주도로 워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고요.
더 나아가, 업무공간 출입, 식당·카페·운동시설의 이용과 결제를 원루프앱 하나로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루프 서비스가 공간 제공에 한정되지 않고,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계해 그들이 좀 더 행복하고 편리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그런 날이 올 때까지 'We Serve Workers!'라는 저희의 모토는 변치 않을 것입니다.
원루프랩에서 직원과 회의 중인 양승현 대표(왼쪽)와 조용우 대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