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농수축산물을 전국으로 전하며 로컬의 가치를 알리는 ‘제주로부터’.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생산자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아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2024 통합 로컬페스타 IR피칭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받기도 했다. 제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한남동에서 진행한 ‘제주 투 테이블’ 현장에서 제주로부터 진정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원복 사진. 홍승진
제주로부터 진정은 대표
Q. 먼저 ‘2024 로컬페스타’ IR피칭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제주로부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제주로부터를 소개해 주세요.
진정은_ ‘제주로부터’는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한 제주 농수축산물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특별한 점은 단순히 생산자를 입점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저희가 산지를 방문해 큐레이션 과정을 거쳐 생산자와 품목을 선택하고 있어요. 80여 명의 생산자와 함께하고 있으며, 210여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죠. 하나만 자랑한다면 고객 평가 점수가 평균 96점일 정도로 높다는 거예요. 농수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와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생산 과정의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이를 소비자와 공유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죠.
12월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제주 투 테이블-한남단 방어 축제’에서 선보인 음식
Q.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으며, 어떤 계기로 ‘제주로부터’를 창업하게 되었나요?
진정은_ 이전에는 네이버에서 7년 정도 일했어요.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잠시 휴식이 필요했고, 퇴사 후에 한 달 정도 쉴 생각으로 제주도에 내려왔어요. 그때 남편이 제게 미션을 하나 주었죠. 바로 ‘제주도에서 100원 벌기’였어요. 육체노동이 아니라 수익과 가치가 창출되는 구조를 만들어 보라는 뜻이었죠. 그리고 제주도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제주로부터’라는 이름이 먼저 떠올랐어요. 제주에서 머무는 동안 제 주변을 관심 있게 살펴봤어요. 어느 날은 식재료를 구하러 세화오일장에 갔는데 육지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더라고요. ‘이 좋은 재료들을 왜 온라인으로 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에 생산자의 이야기와 제주도의 가치를 더한다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Q. ‘제주로부터’의 입점 또는 협업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주의 좋은 농축수산물은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진정은_ 중요한 것은 상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철학과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게 본다는 점이에요. 소비자들은 이런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신뢰를 보내주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네트워크가 없었으니 품질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서는 농수산물 관련 박람회나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 생산자를 만나는 방법뿐이었어요. 지금은 탄탄한 네트워크가 형성돼서 생산자를 소개받기도 합니다.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7년간 생산지를 누비며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그게 12만 장이나 되더라고요. 너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자료라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고 싶어서 지난 10월에는 〈농부, 제주로부터〉라는 주제로 사진전도 열었습니다. 생산자분들이 사진에 담긴 자기 모습을 보고는 자부심을 느꼈다는 말도 해 주셔서 뿌듯했죠.
J-CONNECT Day에서 제주로부터의 비전을 발표한 진정은 대표
Q. 제주로부터는 제주도 내 농수축산물 생산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진정은_ 생산자분들이 있어야 저희도 있는 거니까요. 또 저희와 생산자가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경쟁이 없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 한 품목당 한 명의 생산자만 입점시키려고 했어요. 하지만 고객이 늘어나고 보니 주문량을 맞추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주문량이 많은 품목은 3~4명 정도로 생산자 팀을 구성해 드렸죠. 그렇게 되니 생산자분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더라고요. 각자 본인의 농장이나 배 위에서만 일하다 보니 서로 왕래하는 일이 많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제주로부터는 생산자들의 네트워크이기도 합니다. 생산자, 제주로부터, 소비자 이렇게 셋이 연결되는 거죠.
Q. 제주로부터가 추구하는 사업의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진정은_ 무엇보다 ‘로컬을 돕는다’는 철학이 제주로부터 사업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명확한 철학이 세워지니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확실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온라인 스토어의 상세 페이지를 통해서 생산자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요리 방법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죠. 또 저희 제주로부터는 제주도 내 생산자의 이야기와 농수축산물의 가치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생산지에서 직접 제주도의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제로 투 테이블(Zero to Table)’ 그리고 오늘 진행한 ‘한남단 방어 축제’처럼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는 ‘제주 투 테이블(Jeju to Table)’이죠. 생산자는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직접 전달하고, 소비자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깊은 경험을 얻게 되는 거죠.
Q. PB상품도 직접 개발하셨더라고요. PB상품을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진정은_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을 통해 개발한 것들인데요. 제주 로컬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열일체인지(대표 안주희)와 함께 제주도에서 나는 양하, 에어룸토마토, 물외, 고사리로 피클을 만들었어요.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다 보니 우리 관심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잖아요. 이런 작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걸 온라인에서 원물로 판매한다면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거예요. 어떤 작물인지, 어떻게 먹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요. 혹시 ‘양하’라고 들어보셨나요? 제주도 특산물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물이에요. 제주도 분들도 나물이나 장아찌로만 많이 드셨는데요, 이걸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제품으로 느껴지도록 피클로 만들었죠. 양하피클이 방어회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꼭 한번 같이 드셔보기를 바랍니다.
Q.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에 직접 참여해 보시니 어떠셨나요?
진정은_ 우선 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방향성을 명확히 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처음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며, 저만의 철학과 제가 이루고자 했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짚어 봤죠.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구체적으로 보였어요. 협업했던 로컬크리에이터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더 깊이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도 큰 수확이죠.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지원 사업을 넘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큰 동력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로컬 브랜드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의 가치를 더욱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Q. ‘남해로부터’라는 브랜드도 함께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진정은_ 제주로부터를 시작하면서부터 동해, 남해, 서해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는 큰 계획을 세웠어요. 그 계획의 첫 번째가 바로 제 고향인 경남 진주가 있는 남해죠. 남해로부터는 함께 일하고 있는 박규미 님이 담당하고 있어요.
박규미_남해로부터는 경상남도에서 전라남도에 이르는 남해 지역의 먹거리를 알리고자 하는 브랜드입니다. 자연산 굴부터 곶감, 홍가리비, 삼치회, 홍가리비, 재첩국 등 제주 못지않게 좋은 상품이 많죠. 특히 경남 사천 서포만에서는 옛 방식 그대로 바닷가에 대나무를 꽂아 굴을 키우는 데요, 이게 아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생산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인터넷 판매 같은 유통 채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소규모 거래에만 의존하고 계셨는데요, 저희가 직접 생산자분들을 찾아뵙고, 협력해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셨지만, 긍정적인 성과를 얻은 덕분에 주변 분들도 인터넷 판매 등 판로 확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셨죠. 이렇게 한 곳에서 잘된 사례를 발판으로 다른 생산자분들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진정은 대표(왼쪽)와 박규미 남해로부터 담당자(오른쪽)
Q. 이런 노력 덕분에 통합 로컬페스타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진정은_ 바쁠 때는 정말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는 맴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희를 믿고 따라와 주시는 80여 분의 로컬 생산자분들이 있었기에 제주로부터가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저희와 함께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진정은_ 첫 번째로는 ‘남해로부터’를 지금보다 더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주도에 거점을 마련해 생산자와 더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사몰을 구축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생각이에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제주도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와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