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이제 단순한 ‘반려’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가족이자 일상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 변화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관련 용품, 서비스, 의료, 그리고 기술 기반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만큼이나 산업적 고민도 깊어졌다. 산업의 제도화, 전문 네트워크 형성, 기술과 복지의 균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반려동물산업협회’가 발족했다. 협회 임원인 임지희 회장(오래오랩 대표)과 박준호 이사(피터페터 대표), 구민 이사(벳스템솔루션 대표) 만나 제주 반려동물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협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글. 이원복 사진. 전경민
Q. 안녕하세요, 먼저 최근 급격한 변화와 성장을 맞이한 반려동물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임지희 - 반려동물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제주에서의 반려동물 산업은 조금 특별합니다. 제주는 대표적인 관광 도시고,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항공사 5곳의 반려동물 운송 건수가 2024년에 14만 건을 넘었다고 해요. 제주가 관광산업의 기반이 잘 조성된 곳이니 반려인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구민 -반려동물 산업 내에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벳스템솔루션’은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재생의료 서비스를 연구·개발 중인데, 이 과정에서 동물 줄기세포 배양액이 생깁니다. 함께 자리해 주신 임지희 대표님의 ‘오래오랩’이 이 동물줄기세포 배양액을 활용해 반려동물 케어용품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요. 업종은 달라도 협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많다는 거죠.
박준호 -제주도 내 반려동물 산업만 보더라도 육지보다 훨씬 더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제주도 전체 가구 중 1/3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해요. 전국 1/4보다 높은 수치죠. 이처럼 반려동물이 제주도민의 삶과 밀접할 뿐만이 아니라, 바이오와 IT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까지 더해지고 있어요. 특히 제주센터처럼 글로벌 진출까지 적극적으로 돕는 기관도 있어 제주가 반려동물 산업의 거점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Q. 특히 제주에서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 반려동물산업협회’가 발족했는데요, 협회의 탄생 배경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민 -반려동물 산업의 미래가 밝은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부족한 점도 있어요. 바로 인프라죠. 지금 제주에서 반려동물 산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 대부분이 정말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니 좋은 더 좋은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해 갈 수 있죠.
박준호 -2022년 자료를 보면 반려동물 미용, 위탁관리, 판매, 전시, 운송 등 관련 있는 업체가 제주도 내에 300여 곳 정도였어요. 지금은 그보다 더 늘어났고요. 제주에 반려동물 산업 관련 기업이 많은 만큼 창업가가 제주에 오면 배우고 얻을 게 정말 많아요. 하지만 네트워크나 노하우가 없어서 혼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았죠. 관련 협회도 없었고요.
임지희 - 종합하자면, 협회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산업계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함께 해결해 가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기업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정부나 기관에 제대로 전달하고, 이를 조율할 역할이 필요했죠. 그래야 새로운 조례도 만들어지고, 규제도 바뀌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스타트업 플레이어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협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창구가 되려고 합니다.
Q.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협회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만큼 다양할 것 같아요.
임지희 - 반려동물 산업이라는 키워드로 뭉쳤지만, 그 안에는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테크’, ‘펫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이것들을 비교하자면, 펫헬스케어, 펫테크는 공동연구나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변합니다. 새로 생긴 것들이 많으니 규제가 그만큼 따라오고 있지 못하기도 합니다. 펫푸드나 펫서비스는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합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할 위험도 있고요. 이런 종합적인 문제에 대응하고자, 협회의 이사진은 여기 계신 박준호 대표님과 구민 대표님 등 각 분야를 리딩하고 있는 분들로 위촉했어요.
구민 -최근에 제가 제주도를 많이 오가다 보니까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온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반려동물을 데리고 여행을 오면 피곤하지 않느냐 하고요. 예상과 다르게 오히려 즐거웠다는 반응이었죠. 반려인에게는 그게 일상인 거예요. 이렇게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죠
임지희 회장 (오래오랩 대표) 구민 이사(벳스템솔루션 대표) 박준호 이사(피터페터 대표)
Q. 글로벌 진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은데요. 각 기업의 대표로서도 해외 진출 전략을 어떻게 펼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구민 -결국 해외 진출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벳스템솔루션에도 해외 시장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가까운 나라와는 기술 이전 등을 이야기하는 곳도 있고요. 아직 유럽이나 북미 등으로 진출하기에는 몇 가지 허들이 있습니다. 해외 IP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이런 것들은 제주도와 제주센터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 같습니다.
박준호 -피터페터도 지금으로서는 해외 박람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단계입니다. 또 중국의 수의사를 제주도로 모셔 와서 저희가 갖고 있는 인프라를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도내에서 반려동물 산업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보여줄 좋은 기회죠. 이런 노력이 하나하나 쌓여 제주에 반려동물 동반 의료 관광이라는 큰 시장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
임지희 - 오래오랩은 제주의 천연 수자원 ‘용암해수’를 이용해 반려동물을 위한 멀티세정제를 만들고 있는데요, 특히 동남아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미네럴 워터에 대한 인식이 높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덕분에 포링크라는 클린뷰티 브랜드로 대만에서 지금은 필리핀, 싱가포르까지 확장했고 올해는 태국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짚어야 할 지점도 많을 텐데요. 산업 발전과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임지희 - 무엇보다 ‘동물 복지’와 ‘반려동물 산업’이 같이 발전해야 해요. 사실 제주에서 반려동물 산업이 떠오른 데에는 유기동물 문제가 먼저 있었어요. 일부에서는 복지와 산업은 분리돼야 한다고 하지만 복지와 반려동물 산업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미래를 위해서는 동물 복지의 사회적 가치와 산업 그리고 문화까지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박준호 -신기술, 신산업이 등장하면 늘 규제에 대한 문제가 따라오곤 하죠. 다행히도 반려동물 산업에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여러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그렇다고 완전히 규제를 없애는 것도 아니고요. 적당히 중심을 잘 잡고 있어서 앞으로도 규제 샌드박스가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구민 -덧붙이자면 지금은 규제가 산업을 뒤쫓아가는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을 때 부랴부랴 규제부터 만들기보다는 산·학·연·관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럼 이를 연구하는 시장도 생길 것이고요. 산업의 안전성, 유효성을 확보해 가는 그 과정 자체를 견고하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반려동물’ 산업이지만, 사업을 영위할 때는 그 대상을 사람까지 확장해야 합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의료든 사람과의 연관성이 있어야 산업이 성장하죠.
박준호 -맞습니다. 이런 부분은 협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결국 ‘원헬스(One Health)’로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반려동물 용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존재는 사람이니까요. 반려인의 정신이나 건강, 주변 환경 모든 게 반려동물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Q.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예비 창업가들이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임지희 - 열린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창업가라면 누구에게나 힘듦이 있을 거예요. 다행인 것은 반려동물 산업은 연관 산업이 많다 보니 함께 도전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내 분야 하나만 보지 말고, 넓은 마음을 갖고 넓게 시장을 보면 좋겠어요. 그 과정을 제주특별자치도 반려동물산업협회가 함께할 것이고요.
박준호 -진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반려동물 산업은 생명과 관련됐잖아요. 사업성만 보고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면 본질을 잃어버리기가 쉬워요. 반려동물 산업에서 사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바로 ‘진정성’에서 나오거든요.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구민 -수의사 입장에서 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가끔은 기술이 없어 아픈 동물을 치료해 주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저는 이 한계의 벽을 창업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봐요. 결국은 도전이죠. 아픈 동물을 치료할 기술이 없다면 그 기술을 개발하는 거죠. 이런 마음가짐이 나와 산업 전체를 발전시키지 않을까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위기에 부딪혀 다섯 번 이상 눈물을 흘리게 될 거고요, 하지만 다른 창업가들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