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테크 산업이 세계적으로 확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인정받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스타트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 사례가 많지 않아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체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케어식스는 설립 이후,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들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김성훈 케어식스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김민진 사진. 전경민
펫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가능성을 보다
IT 통신 기업, 종합 무역상사 등에서 일해온 김성훈 대표는 2016년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며 펫 웨어러블이나 펫 헬스케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탁월한 성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나 솔루션은 없었다. 김성훈 대표는 이를 기회로 삼고 반려동물에 특화된 웨어러블 디바이스, 측정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2019년에 케어식스를 창업했다.
“반려동물 관련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동물들의 데이터를 취득하는 겁니다. 특히 저희가 상정한 비즈니스 모델은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는 기술이기에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크죠. 그래서 제주대학교 수의학과에 있는 임상센터에서 데이터를 취득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 설립 초기부터 제주에 케어식스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창업 후에 제주대학교에서 반려동물 관련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던 곽호영 교수, 장진욱 소장과 연을 맺으면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합류했고, 반려동물의 임상 데이터 취득을 위한 협업을 논의하면서 제주대학교 수의학과의 윤영민 학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을 연장하고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반려견 특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연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 심탄도와 6축 센서를 결합한 반려동물용 스마트워치
현재까지 케어식스가 출시한 제품은 총 두 가지. 2023년 12월에 출시한 센스 1 벳(Sense 1 Vet)과 센스 1 가디언(Sense 1 Guardian)이다. 반려동물용 스마트워치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센스 1 벳은 동물병원에서 모니터링용으로 활용하는 제품으로 실시간으로 반려동물의 산소포화도와 체온, 심박수, 호흡 등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큰 수술이 있는 경우, 기존에 동물병원에서는 심전도 측정을 위해 ECG 장비를 달아야 했다. 문제는 ECG 장비를 달기 위해 동물의 털을 모두 깎아야 하고 장비 자체가 커서 한 번에 많은 반려동물의 심전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센스1 벳은 목에 걸기만 하면 90% 이상의 정확도로 반려동물의 생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 무선 제품으로 제작되어 원격 관찰이 가능하고, 어디서든 상황을 보고받을 수도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케어식스만의 특허 기술이 바로 세계 최초 심탄도(BCG)와 6축 센서를 결합한 기술이다.
“심탄도 측정 방식은 심장의 수축 및 이완에 따른 혈류 변화를 측정해 심장의 상태를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압력을 통해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기술로 이미 1950년대에 개발이 되어 상용화되었던 기술이죠. 최근에는 자동차 시트에 설치해서 압력으로 심박 호흡을 체크하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펫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서는 저희가 최초로 활용한 기술입니다.”
센스 1 벳은 동물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거나 위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지금도 국내 40여 개 대형 동물병원에서 수술 후 회복 관리와 수술 중 모니터링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센스 1 가디언은 올해 4월 출시된 원격 진료용 디바이스다. 센스 1 벳의 게이트웨이 장치가 내장되어 편의성을 높였으며 앱과 연동되어 의사와 보호자가 함께 반려동물의 생체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수술을 마친 회복기의 반려동물이나 간단한 보살핌이 필요한 반려동물이 주요 대상이다. 올해 10월에는 센스 1 홈(Sense 1 Home) 제품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센스 1 홈은 기존의 생체신호에 배변, 배뇨, 기침, 운동량 등의 임상신호를 더해 반려동물의 현재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는 제품이다. 일반 가정에서 반려동물에 착용해 건강 상태를 보호자가 직접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인 셈이다.
일본·인도 진출 가속화, 세계 펫테크 시장을 향해
올해 1월, 제주센터는 펫테크 스타트업 케어식스에 시드머니 투자를 단행했다. 더불어 케어식스는 지난해 12월까지 전략적 투자 2억 원, 엔젤 시드 라운드 7억 5,000만 원 및 2억 5,000만 원 규모의 기관 포스트 시드머니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올해 6월이면 시리즈 A 투자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처럼 많은 곳이 케어식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케어식스의 제품이 국내외 동물병원에서 직접 활용되며 효과가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병원에서의 편의성을 위해 동물병원의 전자 차트인 EMR과 연동될 수 있도록 국내 전자차트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인투씨엔에스와 협력해 지금까지 3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일본 굴지의 반려견 전문 회사인 애니콤과의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반려동물의 생체 데이터 취득에 케어식스의 제품을 활용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6대 질병을 판별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애니콤은 일본 반려동물 보험업계 1위 기업으로 일본 병원과도 연계되어 있기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들을 통해 일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일본과 함께 케어식스가 올해 주요 진출 국가로 정한 곳은 인도다. 이미 작년 6월 인도의 Fresh Nation과 계약해 첫 해외 수출에 성공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과 함께 본격적인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인도를 주요 타깃으로 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인도의 반려동물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회사들이 워낙 많이 진출하다 보니까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력이 높은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죠. 여기에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언어적인 제약도 덜 한 편이고 인프라 조성이나 사업 확장에 들어가는 비용도 유럽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적죠. 인도는 글로벌 펫 테크 시장의 약 51%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기도 합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기술로 내일을 바꿔가다
케어식스는 제주센터, 제주도, 제주대학교 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2023에서 혁신상 부문 2관왕에 올랐으며 각종 투자 유치뿐 아니라 해외 진출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반려견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추후 반려묘를 위한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2028년에는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생각이다. 현재도 케어식스는 제주도에서 IPO 클래스에 3년째 참여하며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케어식스의 꾸준한 성장 비결을 묻는 말에 김성훈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라고 답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이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케어식스. 그들의 밝은 내일을 응원한다.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전략 회의 중인 케어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