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년 전 화산암반층에 의해 여과된 제주의 청정 수자원 ‘용암해수’가 해양 바이오 산업이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용암해수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는 용암해수센터의 장원국 센터장과 청정 용암해수로 소금을 만드는 제주소금의 고경민 대표를 만나 용암해수가 가진 가치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글. 이원복 사진. 이성근
Q. 40만 년 전 제주 화산지형이 만들어낸 천연 자원인 제주 용암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또 용암해수센터도 소개해 주세요.
장원국 센터장 용암해수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질층에 해수가 스며들어 만들어진 귀한 자원입니다. 제주에는 제주 동부를 중심으로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데, 이는 약 4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죠. 71억 5,500만 톤에 달하는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제주가 가진 특별한 자원입니다.
최근에는 ‘용암해수’가 ‘바이오산업’과 연계되어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바이오 산업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용암해수센터는 이처럼 보물 같은 자원인 용암해수를 산업화 소재로 육성하기 위해 2013년 출범했죠. 용암해수의 취수, 가공, 제조 등의 공급 업무와 연구 그리고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비롯한 도내 바이오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제주소금의 창업 배경도 궁금합니다. ‘소금’이라는 제품에 집중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경민 대표 제주소금은 용암해수를 활용해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청정 프리미엄 소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제주소금을 창업하기 전 지난 10여 년간은 용암해수를 활용해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이를 바이오 소재로 전환하는 사업체를 운영했는데요, 미네랄 함량과 수질 안정성, 기능성이 뛰어난 용암해수가 산업 전반에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또 음용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염분농도 6%의 고염수가 발생하는데요, 이런 귀한 자원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안전하고 기능성이 높은 소금’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전 회사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제주소금을 창업한 후 소금 생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Q. 제주소금처럼 용암해수를 식품산업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음용수, 양식, 화장품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그 활용성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합니다.
장원국 센터장 용암해수의 활용성은 음용수나 소금 생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용품, 농업, 화장품, 식품 등 무궁무진합니다. 변하지 않는 수질로 안정적이고, 중금속과 병원균,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어 청정하고, 천연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어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그래서 용암해수의 활용 분야를 특정하기보다는 이를 기능성 소재로 다양한 산업에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끼워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듯이 용암해수의 잠재력은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과 만날 때 비로소 깨어납니다. 실제로 용암해수센터에 처음 방문하셨던 분 중에서 용암해수를 접하고 기능성을 알고는 꼭 사업화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Q. 제주소금은 용암해수라는 원료적 특성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데요, 이외에도 제품 철학이나 브랜드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경민 대표 우선 제주소금은 친환경·자원순환형 생산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바다로 흘러가는 고염수를 자원화해 소금으로 만들어 친환경 공정을 실현했죠. 또 해수를 고체 소금으로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MVR 증발농축 기술로써 생산 단가를 타 프리미엄 소금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가장 큰 경쟁력은 용암해수가 가진 우수한 본질적 특성입니다. 마그네슘과 규소 등 건강에 유익한 미네랄 함량이 높고, 일반 소금 대비 염도는 낮아 저염·고기능 소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천일염과 다르게 날씨나 환경오염 등 외부의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아 365일 균일한 품질로 생산이 가능한 점도 있고요.
Q. 제주소금처럼 용암해수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기업이 더 등장하려면 산업 생태계 기반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용암해수센터가 기업 유치 및 지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장원국 센터장 현재 용암해수센터는 제주소금 같은 기업들이 용암해수를 잘 활용해 제주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에는 용암해수를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및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기업부설연구소, 연구기관, 예비 창업자 등이 입주해 있죠. 현재 분양기업 8개사, 입주기업 11개사 등 총 19개사가 있고, 이 기업들이 용암해수를 더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용암해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부존 특성이나 기능성 연구도 주된 업무로서 상시 진행하고 있죠.
Q. 건강식품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제주소금의 유통 전략과 글로벌 진출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고경민 대표 제주소금 시장 확보 전략은 바로 기능성과 프리미엄화입니다. 기능성 소금 수요가 높은 건강식·환자식 제조업체, 친환경 먹거리 브랜드들과의 B2B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미 제주소금의 가치를 알게 된 곳들로부터 올해 2억 원 규모의 구매의향서를 확보했고, B2B 파트너사도 올 하반기에 30곳 이상 확보할 생각입니다. B2C로는 온라인과 제주 특산품 채널을 통해 프리미엄 소금 시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진출 계획도 있습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해양 오염 등으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안전한 소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중금속, 병원균,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는 청정한 원료와 기능성 미네랄 함유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소금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 추후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소금 테마파크를 조성해 소금 생산과 체험, 관광을 결합한 복합 비즈니스로의 확장도 이뤄볼 생각입니다.
장원국 용암해수센터 센터장
고경민 제주소금 대표
Q. 용암해수센터 차원에서 산업화 기반을 넓히기 위한 계획이 있을까요?
장원국 센터장 약 117억 원 규모의 다각화 지원 시설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오는 9월에 준공되는데, 10개사 정도가 추가로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규모죠. 1층에는 소금 양산을 위한 장비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현재 시설에 이제 입주할 기업들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용암해수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업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좋습니다. 아울러 해양바이오 기능성 원료화센터 구축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규모나 운영 측면에서 용암해수 관련 산업의 성장 가속화에 큰 힘이 될 겁니다.
Q. 마지막으로 해양수산산업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고경민 대표 창업을 ‘위험한 것’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인식과 문화가 자리 잡히기를 바랍니다. 해양수산산업은 자본 집약적이고 규제가 많은 분야라 청년 창업가나 초기 스타트업이 뛰어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도전하고자 한다면 분명 힘을 보태어 주는 존재가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용암해수센터가 그런 존재죠. 특히 제주소금은 지금 제주센터 보육기업으로 등록돼 있어요. 정말 그 ‘보육’이라는 의미에 걸맞은 지원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받은 만큼 성공 의지와 사회적 책임감도 더해집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정 프리미엄 소금 브랜드로 거듭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