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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더 뚜렷해진다

인터뷰이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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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쏟아지는 시대,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도구가 되었다.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AI의 가능성은 기업과 사회 모두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함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떠오르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이 AI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살펴보자.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국가대표 AI를 향해 더 높은 무대에 오르다
지난 6월, 새 정부는 AI 기술이 국가의 전략 자산 수준으로 중요함을 인식하고, 우리나라도 기술 자립과 주권 확보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자체 모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픈AI의 ‘Chat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처럼 우리나라도 글로벌 수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가 닻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를 향하는 배에 승선한 기업 다섯 곳 중 네이버, LG, SKT, NC 등 이름 있는 대기업과 함께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업스테이지가 이름을 올렸다. 김성훈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면서도 업스테이지가 좋은 성과를 얻어낼 것이라는 데 자신감도 내비쳤다.
“업스테이지가 ‘국가대표 AI’를 개발할 5개 정예팀 중 유일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마다 한 팀씩 탈락하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거예요. 진짜 승부가 시작되는 거죠. 물론 최종 목적지에는 ‘업스테이지’가 있을 겁니다.”
업스테이지가 참여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국내 기술로 글로벌 수준의 대형 언어모델(LLM)을 개발하려는 국가 주도의 AI 사업이다. ‘글로벌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갖춘 독자 모델 개발’과 ‘핵심 전략 자산인 AI 기술 확보 및 글로벌 종속 방지’ 그리고 ‘오픈소스로 개방함으로써 국내 다양한 산업에 AI 확산’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핵심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정부는 AI 모델 개발을 위한 GPU, 데이터, 전문 인력 등 자원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업스테이지는 대한민국의 AI 주권 확보와 독자적인 AI 산업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노타, 래블업, 폴리토, 뷰노, 마키나락스, 로앤컴퍼니, 오킴스로그, 데이원컴퍼니, 올라나이즈, 금융결제원, 서강대, KAIST 등 여러 기관 및 기업과 탄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체 아키텍처와 학습 알고리즘을 새롭게 설계·구현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 ‘솔라 월드 베스트 대규모언어모델(Solar WBL)’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AI의 미래를 말하는 김성훈 대표
누구나 쉽게 쓰는 AI를 만드는 업스테이지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MIT 박사후 연구원 출신인 김성훈 대표는 네이버 클로바 AI 총괄을 맡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유익한 인공지능을 만들자’는 목표하에 업스테이지를 창업했다. 문서 처리 자동화를 위한 ‘도큐먼트(Document) AI’와 카카오톡 기반 AI 챗봇 ‘아숙업(AskUp)’을 출시하면서 성장했다. 특히 다큐먼트 파스(DP)는 AI 기반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서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여 종합 보고서 작성이나 의사결정 지원에 활용되는데, 업스테이지는 이 기술로 문서 처리 속도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규모 언어 모델(SLM) ‘솔라’ 시리즈도 연이어 개발하며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출시한 ‘솔라 프로 2’는 글로벌 AI 벤치마크에서 12위를 차지하며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김성훈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10가지를 꼽으라면 모두 ‘사람’이라고 하겠다”며 창업 당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업스테이지를 설립할 때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를 뽑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뽑기 위해서 직접 전화 많이 하고 찾아가기도 했죠. 일주일 내내 찾아간 적도 있어요. 그만큼 좋은 사람이 좋은 AI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모든 구성원에게 월급을 지금보다 10배 더 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AI 시대의 산업과 창업의 방향 그리고 기회’를 주제로 한 강연
AI와 경쟁하지 말고, 함께 일하기
AI 등장 이후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가운데 김성훈 대표의 시선은 ‘혁신’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닿아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휩쓸리면 개인과 조직의 일거리, 더 나아가 부(富)가 기술에 잠식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AI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해 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담하게 이어갔다.
“2000년대 초, 그때의 AI는 AI라는 말도 쉽게 쓰지 못했던 수준이었습니다. 겸손하게 ‘머신러닝’이라고 불렀죠. 이후 더 발전한 ‘딥러닝’이 본격화됩니다. 이때부터 개와 고양이 이미지를 구분하는 기술은 속도와 정확도 측면에서 이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죠.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자동화돼 버렸습니다. 이후 점차 음성, 자연어 영역에서도 ‘설마’ 했던 일들이 가능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미지는 결국 어느 정도 패턴이 있어서 기술이 비교적 쉽게 따라온다는 것이 받아들여졌지만, 자연어는 그렇지 않다고 여겼거든요. 인간 언어에는 억양, 방언, 문법 오류, 중의적 표현 등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있잖아요. 하지만 인간의 언어까지 이해하는 거대 언어모델(LLM)까지 등장했죠. 그 이후 이런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생각이죠.”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는 이미 이메일 분류와 요약, 회의록 정리·아이템 추출, 문서 검색·취합·서식화, 보고서 구조 설계·표·그래프 자동 생성 등 다양한 업무가 AI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김성훈 대표는 “단순한 일은 AI에 맡기되, 사람이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을 지는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남는 시간과 에너지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투입해 더 가치 있는 일을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변한다고 말했다. 문제 정의, 문맥의 해석, 책임 있는 판단과 설명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그의 말이 이 지점을 겨냥한다. 빨리 만드는 것보다 옳게 만들고, 안전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뜻이다.
“제가 드리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AI와 경쟁하지 말고, AI와 연합하세요. 반복·정형 업무는 AI로 해결하고, 사람은 판단·협상·창의·책임 같은 본질 작업에 에너지를 쓰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AI가 우리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AI가 우리의 일을 확장’하게 될 겁니다.”없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솔라 프로2’
제주형 소버린 AI의 조건은 데이터
김성훈 대표는 제주 AI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조언을 전했다. 특히 관광, 우주항공, 재생에너지 등 제주의 좋은 자원과 AI와 결합되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AI 발전은 제주뿐 아니라 모든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겁니다. 핵심은 서비스와 데이터를 동시에 설계하는 것이죠. 어떤 서비스를 만들면 분명 그에 관한 데이터가 생성됩니다. 그 데이터가 가치 있으며, 지속적으로 쌓이는지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빠르게 바뀝니다. 그러나 5년 이상 쌓인 고유 데이터는 그 무엇도 따라잡기가 어렵죠. 제주라면 관광이나 농업, 우주항공, 재생에너지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각 산업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작게라도 시작해 현장에서 데이터가 자생적으로 축적되게 해야 합니다. 이 데이터가 있는 AI와 없는 AI의 차이는 분명하니까요.”
김성훈 대표는 제주 스타트업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가 제주에서 창업한다면 무엇에 집중할지를 고민해 봤다며 입을 열었다.
“제가 다시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 사람들이 아침에 눈 떠서 잠들기 전까지 하는 모든 일을 잘 살펴볼 것 같아요.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일 등 여러 가지 일 중에서 AI를 적용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찾기 위해서죠.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해 볼 것 같습니다. 분명 혁신을 가져올 만한 아이템이 발견될 겁니다. 제가 해마다 한두 달은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죠. 제주에서 AI 분야로 창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김성훈 대표는 AI가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대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사람과 지역, 그리고 우리가 쌓아가는 경험과 데이터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그의 말처럼 ‘AI와 경쟁하지 않고, 함께 연합하는 법’을 찾을 때, 제주와 우리 모두의 미래는 더욱 단단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사람과 AI가 함께 그려갈 제주의 미래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