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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센터 투자조합 투자기업 ‘공유어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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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기업
Interview
파도상자(공유어장 주식회사) 유병만 대표, 고미 제민일보 선임기자, 박윤혁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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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4
투자조합 1호 IR데이 행사 중 발표하는 유병만 대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제주를 대표하는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직접투자를 진행해왔다. 2018년부터 제주도 출연금을 활용해 투자를 집행하는 ‘시드머니 투자사업’을 실시했고, 지난해부터는 민간 액셀러레이터 크립톤과 함께 제주도민이 출자하고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스타트업아일랜드제주 개인투자조합 1호’를 설립해 도민 투자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NVESTING NEWS는 제주센터가 투자한 기업의 비전과 함께 제주센터가 투자를 결정한 배경을 알아보는 시리즈 코너다. 이번 호에선 ‘스타트업아일랜드제주 개인투자조합 1호’에서 투자한 어부와 소비자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는 기업, 파도상자(공유어장 주식회사) 유병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본다.

우리 바다의 문제를 찾다

고미          파도상자는 어떤 기업인가요.
유병만       저희는 국내 최초의 수산물 D2C(Direct to Customer) 기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중간수익자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유일한 직거래 모델이라는 점이 저희의 강점이에요.
기존 유통망이 ‘잡아놓은 물고기’를 판다면, 저희는 ‘이제 잡을 물고기’를 파는 것이에요.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저희와 함께하는 어부가 조업이 가능한지 확인 후 1~4일 후에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공동구매처럼 여럿이 모여서 요청을 할 수도 있고요.
박윤혁       제주도를 비롯해서 다양한 지역의 어촌계분들이랑 소통을 많이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촌에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많을 텐데 파도상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잘 이해하시나요.
유병만       어르신들 중에는 이해를 잘 못하는 분들도 꽤 있죠. 그런 분들에게는 저희가 그냥 한번 써보시라고 말씀을 드려요. 복잡할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저희가 상품 기획부터 조사, 리스팅, 고객 응대에 주문까지 다 받아드리고 있으니까요. 인사 영상만 한 번 찍으시고, 주문이 오면 그때부터 생각해보시라는 거죠. 처음 저희 모델을 같이 기획했던 곳이 거제에 관포라는 곳이에요. 그곳 어촌계장인 박성구 어부가 저희 1호점인데요. 그분도 올해 연세가 일흔이시니, 적지는 않은 편이셨죠.
제주는 또 달라요. 특유의 괸당문화가 있어서요. 아는 사람 소개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상인을 통해 유통하는 경우는 특히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희와 거래를 했다가 상인 쪽에서 물건을 안 받아주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전체 물량 중에 한 10% 정도만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의심을 인정으로 바꾼 철학

박윤혁       취급하는 상품이 신선어류다 보니 시스템적인 부분보다 품질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유병만       저희 회원들은 모두 갓 잡은 수산물만 받아봤거든요. 만약에 선어가 한번 섞였다면 바로 아세요. 또 하나 혹시나 소비자가 컴플레인을 하면 저희가 직접 연락을 받고 사례관리를 합니다. 어부매니저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경험했던 어부들 중에는 그렇게 하는 분들이 거의 없으세요. 본인이 힘들게 잡은 수산물의 선도가 떨어지는 걸 저희보다 더 가슴 아파하세요. 그래서 일반인보다 훨씬 더 조심해서 물건을 다룹니다. 심지어 포장을 마치고 택배사에 옮기는 찰나에도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잠깐 사이에 선도가 떨어질까봐 걱정하시는 거예요. QC(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사실 정말 많이 들었어요. 보통 거래량 1억 원을 넘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저희는 벌써 2억 원을 넘어섰지만, 심각한 문제는 없어요.
고미          핵심은 중간 마진을 없애고 수익을 어부들에게 돌려주자는 건데요. 기존 구축된 시장 시스템의 구조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부분도 신경을 써야 했을 것 같아요.
유병만       처음 MVP 테스트(소비자반응 조사)를 SNS(페이스북) 광고로 했어요. 댓글 대부분이 거짓말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죠. 중도매인이나 지역 상인들이었어요. 조업하는 분들이 여력이 없는데 어떻게 직판매까지 하냐는 우려였죠.
그래서 반문을 했어요. 지금 우리나라 어업은 고령화돼있다. 이대로 5년 후에 누가 어업을 하겠냐, 본인들도 수산물을 잘 알고 어르신들보다 힘도 있는데 왜 어업을 안 하시냐,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그렇지 않냐고요. 유통량의 1/10만이라도 위판수수료 없이 판매를 해서 어업인들의 소득을 챙겨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젊은이들이 어촌에 돌아오도록 하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 드렸어요. 그랬더니 전화를 끊을 때쯤에는 모두 저희 편이 되더라고요. 본인들도 배경이 대부분 어촌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공감을 한거죠.
D2C모델을 계속해 만드는 과정이라 제주는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주에 저희 모델을 접목하려면 지역 상인들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거든요.
고미          왜 투자조합에서 파도상자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는지 점점 갈피가 잡히는데요. 파도상자는 하나의 캠페인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존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른 길입니다.
유병만       마켓 플레이스는 사실 저희의 종착점이 아니에요. 투자설명회 때도 말씀드렸었는데 저희는 ‘온라인 어촌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어촌계라는 게 사실 자치 조직이거든요. 우리나라 바다를 관리하기 위해서 어업 활동을 하시는 어민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같이 드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이 고령화되시고 일이 고되니까 바다까지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파도상자를 통해 바다를 사랑하는 어부들, 그리고 어부들로부터 구매를 한 유저들이 모여서 우리 바다를 함께 관리하는 ‘온라인 어촌계’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스스로 어촌계 일원이 되면 바다 관리에 항상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거죠. 6~7월 조업을 쉬는 시기 도시에 있는 어촌 계원들도 모두 모여서 청소도 하고 바다를 가꿀 수 있겠죠. 종국에는 소비자와 어민이 함께 어업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어업 파이낸싱 플랫폼까지 생각해보고 있어요.
파도상자 판매 상품

혼자 대신 함께, 커뮤니티에서 찾은 해답

고미          기존에 없던 커뮤니티를 만드시려는 것 같아요. 투자를 받은 후에 달라진 점은 없으실까요. 과정도 궁금한데요.
유병만       저희는 공동 조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원래 회사 이름이 공유어장 주식회사이기도 했고요. 과거 어촌에 사는 삼촌이 철 되면 보내주시던 제철 수산물을 이제 직접 ‘보내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 전문성 있는 삼촌에게 ‘제가 투자할 테니까 같이 잡아서 나눠 먹어요’라고 하는 관계, 도시의 회원과 어부가 함께 조업을 나간다는 구조입니다.
사실, 과거에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없지 않았어요. 다만 혼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방법을 찾지 못했었죠. 이번에 스타트업 아일랜드를 통해 여러 경험들과 만나면서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주에서 1차산업에 힘쓰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꼭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로 본점을 이전해서 기존에 꿈도 못 꾸던 도전을 이뤄보자는 생각까지 곧 이어졌고요.
결이 맞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생각보다 어려운 일들도 쉽게 해결이 돼요. 이런 게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힘인가봐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들이 제주에는 주변에 많더라고요. 제주에서 상인들과의 접점을 찾기 어려울 때, 파닥파닥 강철웅 대표님이 도와주시기도 했고요.

사정하는 스타트업 대표

박윤혁       개인투자조합의 투자도 받으시고, 다음 투자 시리즈도 준비 중이신데요. 기존에 없던 시스템을 만들면서 가졌던 고민이나 다른 창업가에게 어드바이스 해 주실만 한 건 없으실까요.
유병만       스타트업 대표가 된지 이제 3년차인데요. 창업을 하면서 스타트업 대표가 하는 일은 결국, ‘사정하는 일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어딜 가도 사정을 구해야 해요. 어부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투자자에게도 사정하고 일하는 멤버에게도 사정해야 해요. 어떤 가치를 처음 만들어서 그걸 주장하려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죠.
또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배워가는 거 같아요. 나름 글로벌 기업에서 브랜딩을 해봤고 그룹사의 본부장까지 경험해봤거든요. 재무제표도 잘 보고 마케팅도 잘 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걸 시장에 제시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모르던 것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걸 깨닫게 됐죠.
그러면 또 다시 사정을 해야 합니다. 주변 분들이 도와줄 때, 비로소 성장하더라고요. 이 부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 대표는 계속 사정해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에게 사정해서 하나 배우거나 해결하고, 얻고 이렇게 성장하는 거죠.
고미          제주센터가 만들고 있는 생태계를 통해서 비슷한 분들과 연결된 것들이 다행히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파도상자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좋은 답이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스타트업이 가치관이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고, 힘을 합치기도 하고요. 역할분담을 하기도 하고요.
유병만       지금 저희가 만들어가는 D2C 생태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아 완벽하지 않아요.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해요. 그런 점에서 제주는 매우 매력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1차산업에 대한 소비자 시장은 이미 너무나도 잘 증명되었습니다. 편하고 싸고 좋은 것들에 대한 니즈는 항상 명확하죠. 우리 사회가 아직 못 풀어낸 것은 생산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강도 높은 노동이 불합리한 가격으로 보상받으면 안 되겠다는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정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