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센터와 세븐스타파트너스가 공동운용사(Co-GP)로 최종 선정되며, 10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한·일 제주펀드’가 연내 결성을 앞두고 있다. 이번 펀드는 국내외 민간 자본과 공공 인프라를 결합해 제주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투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일교포와 일본 현지 투자자, 그리고 제주센터가 한뜻으로 만들어낸 이 새로운 펀드의 시작은 ‘로컬에서 글로벌로’ 나아가는 혁신의 첫걸음이다.
Q. ‘스타트업 코리아 한일 제주스타트업 펀드’ 조성에 큰 역할을 해주신 분들을 모셨습니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가 필요한 이유와 구조, 방식, 규모 등이 궁금합니다.
김희정 제주센터는 이전부터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일본을 타깃으로 삼고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세워가고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노무라증권에서 IPO를 담당했던 세븐스타파트너스의 정안우 대표와 세븐스타파트너스의 핵심 멤버이자 파트사인 세븐센스그룹의 서영의 대표를 만났습니다. 두 분 다 재일한국인이었고 스타트업 육성에도 큰 관심을 두고 계셨어요. 이 과정에서 재일제주인분들이 오랫동안 기부를 통해 고향 발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형태’ 역시 같은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공감해 주셨고, 국내외 민간 자본과 공공 인프라를 결합해 제주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 중입니다. 제주센터가 지역에서 액셀러레이터로서 규모 있는 펀드 결성하는 데 의미 있는 숫자이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펀드를 통해서 제주의 스타트업이 제주에서 투자를 받고 글로벌 진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Q. 2023년부터 세븐스타파트너스, 세슨센스그룹, 제주센터가 3자 MOU를 맺으면서 협력해 왔는데요, 함께한 이유와 앞으로의 기대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정안우 세븐센스그룹은 일본 전역에 걸쳐 세무회계법인을 운영하며, 일본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세무·회계뿐 아니라 다양한 경영 자문을 제공하면서 업종을 초월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3년 체결한 3자 MOU는 단순한 해외 진출 지원을 넘어, 한일 스타트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공동 투자 구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죠. 특히 세븐센스그룹의 현지 네트워크, 세븐스타파트너스의 투자 운용 역량 그리고 제주센터의 공공 인프라가 결합한다면 ‘글로벌과 로컬이 연결된’ 새로운 형태의 펀드 모델이 구현되겠다고 확신했죠. 향후 동남아시아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가며, 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함께 이뤄갈 계획입니다.
세븐스타파트너스 정안우 대표
Q. 한·일 기업과 재일제주인들이 출자자로 참여한 것이 눈에 띕니다. 지역과 해외 커뮤니티가 함께 만든 투자 구조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영의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한국이에요. 한국어나 문화가 낯설기도 하죠. 저와 같은 재일한국인이 상당히 많은데, 흥미로운 점은 ‘차례(제사)’와 같은 한국 전통 의식이나 풍습을 지켜오면서 ‘모국이자 조국’인 한국에 대한 애정과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재일한국인과 모국을 잇는 방법으로 ‘투자 펀드’를 구상한 것은 매우 독창적인 아이디어죠. 오영훈 제주도지사님이 일본에 방문하셔서 하신 말씀도 큰 울림이 있었어요. “한국이 재일동포들의 기부로 경제 일부가 유지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죠. 이제는 기부가 아닌 ‘투자’라는 방식으로 한국에 기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투자이기에 수익이라는 형태로 그동안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공동 운용사 선정은 제주센터와 도쿄세경센터 (세븐센스), 세븐스타파트너스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공동 운용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김희정 어떤 신뢰 관계가 구축될지, 또 어떻게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알았어요. 한라산을 함께 등반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지구력과 목표 의식, 열정과 의지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고 나아가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제주센터의 기업 발굴, 투자, 보육 역량과 세븐스타파트너스의 스케일업, 글로벌 역량을 결합해 시드 투자 단계부터 IPO까지 전 영역에 걸쳐 시너지를 내보려고 합니다.
서영의 중요한 것은 ‘생각’이나 ‘이성’이 아니라, ‘마음’과 ‘열정’이더라고요. 하루 함께 한라산을 등반했을 뿐인데 서로를 더 이해하고 신뢰하게 됐죠. 저 역시 함께 한라산을 올랐던 때를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순간으로 꼽는데요, 그때가 펀드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 펀드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병선 대표이사님, 김희정 팀장님 등과 함께했던 그 소중한 시간은 제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이자, 동시에 한·일을 잇는 새로운 펀드가 시작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안우 단일 지역이나 기관 중심의 펀드가 아닌, ‘한·일 협력형 투자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실현한다는 것도 공동 운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주센터는 공공기관으로서 창업 지원과 정책 연계를 맡고, 세븐센스그룹은 일본 현지 법인설립 진출 지원과 세무회계 등 구체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세븐스타파트너스는 실제 펀드 운용 및 스타트업 투자 검증을 담당합니다. 세 기관이 결합함으로써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시작해 일본에서 성장하고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번 펀드를 통해 제주 등 비수도권 소재 유망 스타트업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스타트업을 눈여겨보실 생각인가요?
김희정 이번 펀드는 제주를 포함한 비수도권 초격차분야 스타트업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것을 큰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목적에 맞게 비수도권과 제주 기업에 50% 이상 투자할 생각입니다.제주에서 검증한 이후 국내 및 글로벌로 확장이 가능한 산업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민간우주항공산업, 모빌리티, 에너지 분야에서 연계성을 높이고, AX 등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을 확장한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하는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정안우 지역에는 잠재력 높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특히 클린테크,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모빌리티, AI 기반 제조 솔루션, 디지털 헬스케어 같은 분야는 모두 기술적 강점과 글로벌 확장성이 높은 영역이죠. 그래서 세븐스타파트너스는 투자에서 ‘시장성’을 기반으로 한 ‘확장성’을 중시합니다.
세븐센스그룹 서영의 대표
Q. 일본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한 영역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진출 시 고려해야 할 고려할 점 등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영의 일본은 영어 등 외국어가 쉽게 통용되지 않는 시장입니다.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반드시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는 표현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솔직함과 신속함이 높이 평가되지만, 일본에서는 신중함과 정중한 말투가 신뢰의 증거로 여겨집니다.
정안우 일본 시장은 체계적이면서도 보수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빠른 의사결정이나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보다는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신뢰를 중시하죠. 흔히 장거리 연애가 어렵다고 하잖아요.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한 접촉과 신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일본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행정 절차나 인증 과정이 까다로워 초기 단계부터 현지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펀드에서 저희가 세븐센스그룹(도쿄세경센터)과 협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실행력에 큰 기대와 가치를 두고 있어요. 빠른 시장 검증, 제품화 그리고 실행 중심의 민첩성을 눈여겨 보고 있죠. ‘한국의 실행력’과 ‘일본의 신뢰 기반’이 결합할 때, 아시아 시장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탄생할 것입니다.
제주센터 김희정 팀장
Q. 앞으로 제주가 ‘글로벌 진출의 중심지 혹은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인프라나 제도적 변화는 무엇일까요?
김희정 제주는 싱가포르·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진출이 지리적, 산업적으로 용이한 지역이에요. 앞으로는 한일 제주스타트업 펀드를 기점으로 일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성공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고요. 이렇게 좋은 지리적 조건과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펀드도 엔화와 원화의 환율 차이로 인해 개별적으로 출자의 의사결정을 할 때 해외 출자자에게는 몇 가지 허들이 존재했었는데요. 싱가포르처럼 해외 자본이 들어올 때 환전, 자본 송금 등에서 주요 제한이나 차별적 규제 해소해 준다면 글로벌 펀드와 투자자의 진입이 제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정책 관계자 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서영의 배우고, 연결되고, 함께 만들어가는 힘, 바로 그 힘이 있을 때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사업이 탄생합니다. 일본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각각 고유한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일본은 기술력과 내수시장의 깊이가 강점이고, 한국은 빠른 글로벌 확장 속도와 도전 정신에서 탁월한 면을 보입니다. 양국의 창업가와 기업들이 서로 배우고 협력한다면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시장과 과제에도 해결할 수 있죠. 한일 간의 연결은 국가 간의 교류를 넘어, 아시아 전체,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새로운 혁신의 물결입니다.
정안우 이제는 스타트업의 ‘기술력’뿐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구조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투자자에게는 지역과 해외를 잇는 시야, 정책 기관에는 유연한 제도적 지원과 실행력이 필요하죠. 세븐스타파트너스는 일본 시장에 특화된 펀드로서 이런 구조적 연결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현지 네트워크와 실행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니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이나 투자자분들이 계시다면 세븐스타파트너스와 함께 논의하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김희정 정책적으로 설계되거나 Top-Down으로 기획된 펀드의 형식이 아니라 지역의 니즈에 따라 기획을 하다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번 펀드를 조성할 때 ‘왜 일본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제주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희의 진심과 비전을 알아봐 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혁신산업국 내 관련 부서와 미래성장과 공무원분들이 함께 펀드 이론에 대한 기초 분석부터 시작해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함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셨어요. 그리고 일본과 연계된 사업이다 보니 평화국제교류과에서도 많이 도와주셨고요. 이처럼 한일 스타트업 펀드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공무원분들이 진심으로 원하고 애써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외에도 여러 관계기관, Co-GP, 그리고 우리 제주센터 팀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