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세계적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존 발전 방식 대비 낮은 발전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풍력발전도 마찬가지. 이런 가운데 풍력발전기의 발전효율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AI 기반 예지진단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이 등장했으니, 바로 최원 대표가 이끄는 씨피엑스시스템즈다.
최원 ㈜씨피엑스시스템즈 대표
Q. 항공우주 분야에서 22년간 활약하다가 2023년 씨피엑스시스템즈를 창업하셨는데요. 먼저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회사는 AI 기반 예지진단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입니다. 설비나 공정을 운용하다 보면 고장, 파손, 정비 등으로 인해 가동 중단 기간이 발생하는데요. 그 기간이 길수록 손해가 누적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핵심 부위에서 큰 고장이 일어난 뒤 사후 조치하다 보면 피해가 더욱 커지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사용자는 주기적 예방정비 스케줄을 마련해 실행하고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적 유지보수에 나서는 등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비 및 공정 효율을 극대화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런 점에 착안해, AI를 활용한 예지진단 가상물리시스템(CPS)과 능동형 데이터 계측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AI 기반 예지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설비나 공정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AI 예지진단 솔루션에 전송하면, AI 솔루션이 설비 현황 및 이상 유무 파악은 물론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 사용자에게 알리고, 조치하도록 이끎으로써 유지보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하고 설비의 가동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저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22년간 연구· 개발자로 활동하며 이 같은 솔루션의 요소 기술과 전 주기 개발 경험을 갖추고 있는데요. 더 늦기 전에 저만의 사업을 일으켜 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 내어 기술 창업에 나섰습니다.
Q. 익숙한 항공우주 대신 풍력발전을 AI 예지진단 솔루션의 첫 번째 진출 분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갖고 있는 요소 기술을 사업화했을 때 어느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투자가 예정돼 있으며 유지보수가 매우 중요한 산업인 풍력발전에 우리 회사의 기술을 투입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풍력발전효율이 2배 이상 낮다는 점도 제가 풍력발전을 선택하게 된 주요 요인입니다. 선진국은 풍력발전효율이 50~60%입니다. 즉 풍력발전기를 연간 6개월 이상 돌린다는 건데요. 반면 우리나라의 풍력발전효율은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격차가 발생한 핵심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유지보수입니다. 선진국은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에 유지보수에 나서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람이 줄을 타고 내려가며 일일이 외관을 훑어보고 이상을 발견한 뒤 보수합니다. 드론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풍력발전기 운행 중에는 활용이 불가능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AI 기반 예지진단 솔루션을 활용하면 유지보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우리 솔루션을 활용하면 풍력발전효율을 최소한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점들이 저를 풍력발전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Q. CyPHAI(이하 싸이파이)로 명명하신 풍력발전 설비용 AI 기반 예지진단 솔루션과 특장점을 소개해 주세요.
싸이파이는 능동형 동적/정적 계측시스템을 이용한 AI 기반 예지진단 가상물리시스템입니다. 가상물리시스템은 많이 알려진 디지털트윈(Digital Twin)과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공학적인 계산과 분석을 하는 데 더 특화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싸이파이는 풍력발전기의 다양한 동적·정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이상 여부를 파악하고, 현실에 있는 풍력발전기와 똑같이 모델링된 가상 풍력발전기에 이 데이터를 적용해서 부품 수명, 정비 주기, 이상 부위, 예방정비 필요 지점 등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사용자는 이를 확인하고 참고해 유지보수 관련 사항을 결정, 실행하는데요. AI를 활용하면 기존의 방법으로는 알 수 없는 이상 및 고장 패턴 등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어 풍력발전 설비 유지보수 측면에서 한층 유리합니다. 싸이파이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계측 시스템인데요. 유의미한 유지보수 정보를 효과적으로 선별한 뒤 해당 정보만을 더 많이 취합할 수 있어 데이터 수집 및 활용 측면에서 기존 계측 방식보다 앞서 있습니다. AI 예지진단 솔루션의 신뢰성도 매우 높습니다. ‘싸이파이 v1.0’은 작년 11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인공지능 신뢰성 인증 (CAT)을 획득했는데요. 전 분야에서 네 번째, 우리 회사가 속한 에너지·발전 분야에서 첫 번째로 인증을 받음으로써 높은 기술적 신뢰도를 입증했습니다. 이처럼 계측 시스템과 AI 예지진단 솔루션 모두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싸이파이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Q. 지난 8월 제주센터와 MYSC가 공동 운용하는 모태펀드인 ‘제주초기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통해 투자를 받으셨는데, 그 계기와 예상 효과를 말씀해 주세요.
우리는 다양한 용역사업을 통해 매출 거두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었는데요. 올 초 풍력발전 분야의 유력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면서 싸이파이를 하루빨리 상용화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처를 알아보던 중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해 주셔서 첫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올 6월부터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 유지보수 전문기업이자 제주도 기업인 윈디텍 ㈜과 업무 협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마치 운명처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시드투자를 받게 되어 더욱 뜻깊습니다. 유치한 투자금 대부분은 기술 개발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싸이파이의 상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제주도 기업인 윈디텍㈜과는 어떤 협업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시드투자를 받은 지 2개월 만인 지난 10월 윈디텍㈜과 연구개발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었습니다. 윈디텍㈜이 그간 구축한 풍력발전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AI 예지진단 솔루션을 개발·납품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요. 윈디텍㈜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의 풍력발전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 중이고, 대표님이 글로벌 풍력발전 설비 제조업체 출신이기도 해서 우리 회사의 글로벌 진출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앞으로의 경영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Q. 앞으로의 경영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싸이파이 기술을 고도화해서 상용화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고요. 2~3년 내에 풍력발전 비중이 큰 브라질과 동남아에 우리 솔루션을 알리고 판로를 개척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풍력발전 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에도 진출하려고 하는데, 그 첫걸음으로 독일 기업과 마이크로 LED 수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싸이파이는 조금만 응용하면 풍력발전뿐만 아니라 플랜트, 항공기, 우주발사체 등 다양한 구조물의 예지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분야의 진출에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세상의 모든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대응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회사의 기술 및 솔루션 개발은 계속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