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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로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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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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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서쪽 애월 근처에는 궷물오름이라는 오름이 있다. 분화구의 바위틈에서 물이 솟아나 궷물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은 오름이다. 경사가 높지 않고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인근 지역 주민들과 체력에 자신없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지난 10월 12일, 이곳의 정상 인근에서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와 서귀포 학생들이 제주도의 토양을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른 최근, 독특한 이끼 기반 복원 솔루션으로 글로벌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코드오브네이처의 박재홍 대표를 만났다. 그들의 꿈과 비전, 스토리는 무엇일까.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
이끼를 활용한 토양 복원 솔루션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결국 땅을 딛고 살아간다. 땅은 인간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인간이 먹는 수많은 식재료를 키우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땅인데, 문제는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토양 역시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금과 같은 토양오염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60년 뒤에는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토양오염은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과 달리 한 번 오염되면 복구하기가 무척 힘들고 불규칙하게 확산된다는 특징이 있어 그 영향이 더욱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이러한 토양오염을 이끼를 활용해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환경 복원 전문 기업이다. 포자를 배양하고 영양 번식 과정을 거쳐 증식시킨 이끼를 ‘ 모스비’라 불리는 키트 형태로 제작, 오염되거나 훼손된 토양에 살포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모스비는 이끼 포자액과 영양 공급 양액, 식물 생장 호르몬액, 공생 미생물액으로 이루어져 있는 물 형태의 이끼라고 할 수 있다. 모스비를 살포한 토양은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6 개월 사이에 토양 내 유기물과 탄소 함량이 늘어나고, 인 함량도 120배 가까이 증가한다. 녹화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코드오브네이처의 박재홍 대표는 이런 획기적인 토양 복원이 가능한 원동력이 바로 이끼라고 말한다. “이끼는 BSC(Biological soil crust)라고 불리는 생물학적 토양 껍질을 이루는 구성 요소 중에서도 핵심입니다. 미생물과 지의류, 무관속식물 등이 하나로 뭉쳐서 하나의 생물학적 지각을 이루는 건데요. 이 BSC가 온난화로 발생하는 먼지를 막아주고, 토지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도 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 BSC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환경조건이 필요합니다. 적당히 습해야 하고 바람도 통해야 하죠. 코드오브네이처는 이런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BSC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게 바로 모스비죠.”
국내외에서 수많은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는 코드오브네이처
코드오브네이처의 토양 복원 솔루션은 국내에서 이미 실증을 마치고 실제 토양 복원에 활용되고 있다. 영양 결핍과 염해로 인해 작물 생장에 어려움이 있는 태안간척지 토양을 복원했으며 경주 석굴암 일대의 토양을 복원하기도 했다. 강릉 산불 피해지의 훼손된 토양을 복원하는 일도 맡았으며, 제주도 도너리오름의 15만 ㎡ 규모의 토양을 복원한 성과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센터, 카카오와 함께 제주의 환경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2025 J 임팩트 이노베이션’ 참가 기업으로 선정됐다. 코드오브네이처는 그 일환으로 제주도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제주도의 토양을 복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코드오브네이처가 서귀포고등학교에 방문해 미생물 배양 교육 및 실습을 진행했고, 학생들이 직접 배양한 미생물로 만든 모스비를 함께 오름에 올라 살포했다. 지역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터전이 회복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재홍 대표는 토양 복원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 주민들인 만큼, 이러한 지역사회와의 공조, 상생의 기회가 무척 귀하다고 강조한다. “토양 때문에 이득을 보는 것도 지역 주민이고, 피해를 보는 것도 지역 주민입니다. 그래서 이번 토양 복원 사업처럼 지역의 학생들이나 지역사회에 있는 봉사단체와 함께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과정에서 제주센터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경남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까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네트워크가 부족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번 사업에서도 제주센터의 도움과 지원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제주가 가진 상징성도 큰 의미를 가진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며 섬 곳곳의 자연환경들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의 순수함을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특히 오름은 제주도에만 있는 특별한 화산 지형으로 다양한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의 삶과 정신문화의 근간이 된다는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곳에서 코드오브네이처가 토양 복원을 진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레퍼런스이고 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2019년 설립 당시부터 기획재정부 장관상,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2022년 로컬 스타트업 경진대회 대상 등을 수상한 코드오브네이처는 2023년 스웨덴 EQT 파운데이션이 주최한 투자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트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직접 투자를 받게 되었다. 2024년에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인 CES에 참가해 모스비를 비롯, 코드오브네이처의 기술을 자세히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토양 회복에 관심이 많은 국가로부터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고, 실제로 MOU와 연구 협약을 맺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재홍 대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폭발적인 이유는 기준이나 규제가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는 아직 토양 복원에 대한 규제나 의무가 아직 미미한 편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토양 복원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고 규제와 의무에 관한 법도 다 마련이 되어 있어요. 더불어 국내는 절대적인 토양의 면적 자체가 크지 않아 오염의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해외는 토양의 면적 자체가 넓어 한번 산불이 나거나 토양오염이 생기면 그 영향이 광범위해서 토양 복원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현재 중국에 있는 차 밭이나 미국에 있는 대마 밭, 리튬, 석회석 광산, 시멘트 광산 등 복원이 필요한 해외 토양을 대상으로 실증과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머지 않은 테라포밍의 꿈
박재홍 대표의 코드오브네이처 창업 스토리는 꽤 극적이다. 조리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요리사의 꿈을 접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뜻을 모아 귀농했다. 하지만 농사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 노하우가 없었기에 실패를 맛봤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대 초반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농업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 처음으로 연구했던 작물이 이끼였다. “농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생활비와 학자금을 벌기 위해서 공모전에 많이 나갔습니다. 공모전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고 기회도 많아서 꾸준히 참석하면 어떻게든 입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꽤 많은 공모전에서 입상했고, 그 상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었습니다. 그때는 2019년 강원도 산불이 크게 났을 때라서 산불로 황폐화된 토지를 이끼로 복원한다는 아이디어로 공모전에 참가했죠. 워낙 많은 공모전에 나가다 보니, 같은 심사위원을 연달아 세 번 정도 만나기도 했어요. 세 번 다 수상을 하긴 했는데, 그분이 저를 따로 불러서 투자할 테니,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죠. 그렇게 코드오브네이처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코드오브네이처는 제주 오름은 물론이고 국내외 곳곳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토양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문을 연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끼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코드오브네이처와 박재홍 대표의 최종 꿈은 달 표면이나 사막처럼 황폐한 땅을 농사 지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테라포밍’이다. 이미 달에서 가져온 흙과 유사한 모사토양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데이터 검증과 실증이 마무리됐고, 결과가 해외 유명 학술지에 실리면서, 앞으로의 새로운 연구에 인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달 표면에 농사를 짓는 꿈같은 일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미 테라포밍을 실현하고 있는 박재홍 대표. 그는 ‘100번 시도해서 99번 실패하고 한 번 성공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내일과 푸르고 생동감 넘치는 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장하는 코드오브네이처. 그들이 국내외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는 끈기와 집념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