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CONNECT DAY에서는 글로벌 무대를 향한 로컬스타트업의 성장 전략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날 로컬스타트업과 협력해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국내 주요 플랫폼 사의 담당자들이 글로벌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컬리, 에이비티아시아, 무신사 등 내로라하는 플랫폼들은 어떻게 국내 로컬스타트업과 협력해 나가고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플랫폼은 왜 ‘로컬’을 파트너로 선택하는가
진성환 오늘은 로컬브랜드가 해외 시장 입점을 넘어 실제 성 장과 해외 확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현장에 서 답을 만들어 온 분들을 모셨습니다. 산지 기반 파트너십을 확대해 온 컬리의 최재훈 CCO님, 글로벌 브랜드 경험을 바 탕으로 제주에서 웰니스·뷰티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에이비 티아시아 김한균 대표님 그리고 브랜드 중심 전략으로 국내 를 넘어 해외 채널을 확장해 온 무신사 김예훈 님입니다. 먼 저 지역 기반의 로컬브랜드가 글로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고 합니다.
최재훈 많은 로컬브랜드가 해외 식품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 만, 요즘은 경쟁자가 많다 보니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어느 정도 팬덤이 형성된 로컬브 랜드는 꾸준하게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인데요. 글 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지의 여부는 지속성에 달린 것 같습 니다. 중요한 건 단기 매출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를 다시 찾게 만드는 신뢰와 정체성이죠. 신뢰와 정체성을 어떻 게 만드는지가 중요한데, 스토리 전달 방식에 따라서 결정된 다고 봐요. 스토리는 생산자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품 질을 증명하는 기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설명 방식, 패키 지와 브랜딩까지 포함되죠.
최재훈 컬리 CCO
진성환 에이비티아시아 김한균 대표님께서는 중국 등 큰 무 대에서 뷰티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전개하신 뒤 제주를 다음 거점으로 선택하셨다고 들었어요. 제주에서 비즈니스를 시작 하게 된 계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제주라는 로컬의 정체성이 현재 사업 전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한균 사실 제주에 온 이유는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제주에서 살게 된 지 7년이 됐는데요. 살다 보니 다양 한 비즈니스 아이템이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제주에 저 처럼 휴식을 찾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나 제대로 쉴 수 있는 대표적인 웰니스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서귀포시 안덕면의 까멜리아힐 주변 약 2만 평 정 도의 땅을 매입했죠. 요즘은 웰니스라는 개념이 우리 일상과 가까워졌지만, 당시에는 웰니스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지 않 았죠. 그래도 늘 ‘쉼’에 대한 갈증은 컸어요. 여기에 제주의 자 연과 환경은 건강·뷰티·라이프스타일까지 자연스럽게 연결 되는 접점이 되었죠. 그래서 ‘쉼’과 ‘웰니스’를 구현하기에도 유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진성환 유리한 점만 보기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요. 로컬크리에이터, 특히 제주에서 창업하신 분들이 플랫폼 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 엇일까요?
김한균 서비스나 제품에 ‘제주’라는 이름만 너무 강조하기보 다는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해야 해요. 특히 수출을 생각한다 면 무게, 패키지 형태, 물류 비용처럼 정말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에서 경쟁력 차이가 발생하더라고요. 제품을 ‘제주답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좋지만, 가끔은 글로벌 기준에서 멀어지기도 하니 제주다움과 글로벌 기준 사이의 균형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김한균 에이비티아시아 대표
로컬이 플랫폼과 ‘맞물리려면’
진성환 최근에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로컬크리에이 터들이 입점만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입점 이후 운영 및 마케팅 방식, 가격 정책 등에 흔들리곤 하죠. 무 신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학금과 생산 자금 무이 자 대출, 투자 등을 통해 브랜드 지원을 구조화하고 있다고 들 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예훈 저희는 ‘브랜드 중심’ 철학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요. 먼저 패션 전공생을 위한 장학금(넥스트 패션 스컬러십)과 공간·컨설팅·팝업 기회까지 묶은 지원, 둘째는 영세 업체의 선(先)생산 구조를 고려한 무이자 생산자금 지원, 셋째는 성장 궤도에 오른 브랜드에 대한 지분 투자입니다. 그리고 실무적 으로는 두 가지를 중시하죠. 하나는 플랫폼이 추구하는 감도 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또 하나는 플랫폼이 만드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죠. 플랫폼이 나를 발견해 주길 기다리기보다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해요. 그리고 기회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는 크게 달라지더라고요.
진성환 로컬비즈니스에서는 제품과 스토리, 브랜딩 등이 종합 된 콘텐츠가 중요한데요, 로컬브랜드가 탄탄한 스토리는 있지 만, 그 스토리가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막상 ‘거래의 언어’로 잘 번역되지 못해 좌절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로 컬브랜드가 이런 점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최재훈 우선 콘텐츠력은 당연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콘텐 츠가 빠진 상품은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죠. 저는 소 비자가 원하는 스토리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스토리는 생산자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브 랜딩,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축산물을 놓고 봤을 때 ‘그날 경매에서 가장 좋은 원물’ 같 은 단순한 문장 한 줄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죠. 결국 판매 자가 가진 스토리와 구매자가 원하는 스토리를 결부시키 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진성환 최근에는 한 플랫폼에만 들어가서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러다 보니 가능한 많은 플랫폼에 입 점하려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곳저곳 입점하는 것보다는 한 곳에 입점하더라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 할 것 같은데요. 창업자가 플랫폼을 선택하고 입점 후 운영 및 성과 확장까지 이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한균 늘 드리는 말씀이 있는데요. 입점은 시작일 뿐입니다. 입점 이후 운영·관리가 훨씬 어렵죠. 그래서 여기저기 다 들 어가는 전략보다는 내 제품이 그 플랫폼의 감도와 정책에 어 울리는지를 먼저 보시길 조언합니다. 특히 플랫폼 안에는 비 어 있는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 빈틈을 선점하면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죠. 또 로컬 브랜드가 팝업스토어처럼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시도를 해야 하기도 하고요.
김예훈 무신사 담당자
연결을 넘어, 함께 키우는 생태계로
진성환 오늘 이 자리에는 플랫폼과 투자사, 지자체 및 지원기 관 등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이 모두 모였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 나눈 인사이트가 이 자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 입니다. 오늘 연결된 플랫폼과 로컬브랜드가 실제로 협업하 고 매출 상승과 해외 진출로 이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 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최재훈 무엇보다 생산, 공급, 물류 구조가 받쳐주지 않으면 협 업이 지속되기 어려워요. 특히 제주처럼 물류 제약이 있는 지 역은 제품이 좋아도 배송, 리드타임, 비용에서 병목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지원기관은 좋은 상품을 발굴하고 연결 통로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이 브랜드가 어떤 플랫폼 과 맞는지를 안내하고 공동 물류 시스템이나 제조 인프라 같 은 기반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김한균 제주에서 사업을 해보니 지원만큼 중요한 게 또 있더 라고요. 바로 속도와 예측 가능성입니다. 당연히 정책적으로 검증과 규제가 필요하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면 쉽 게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지원 보다는 일이 쉽게 이뤄지도록 프로세스를 갖추는 데에서 시 작한다고 봐요.
김예훈 최재훈 CCO님 말씀에 덧붙이자면, 로컬비즈니스에 서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핵심은 클러스터입니다. 브랜드 단 위로만 지원하면 성과가 ‘점’으로 남고 고객이 다시 올 이유가 약합니다. 일정 규모로 모여야 한 번에 확산되고, 플랫폼과 의 협업도 반복 가능한 구조가 되죠. 지역은 개별 브랜드 지 원과 함께,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움직이는 판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성환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면 글로벌 확장은 단순히 입점 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협력에서 시작되고, 그 협력은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인데요. 로컬의 정체성은 지키되 플랫폼과 고객이 이해하 는 언어로 정교하게 번역하고 물류와 운영, 실행 속도까지 현 실적인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잘 전달됐기를 바 랍니다. 오늘 이 자리가 제주 로컬브랜드의 가치가 세계로 나 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진성환 IMM 인베스트먼트 홍콩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