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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크리에이터, ‘기업가’로 성장하다

글.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
날짜
2024/01/17
상태
숨김
본 칼럼은 〈2023 J-Connect Day〉에서 있었던 필자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재정리된 것이다. 본문 중에는 메타기획컨설팅이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의뢰로 진행 중인 ‘강한 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 연구’의 일부 내용을 포함한다.
은퇴한 기술장인과 협업으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김주현바이각’
#1. 첫 번째 ‘J-Connect Day’, 기억과 잔상
2018년 늦가을 또는 초겨울, (옛스런 표현이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활동하는 50인의 지역혁신가들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초대로 모였다. 제주, 완도, 목포, 전주, 부산, 서울 등 소도시와 광역시, 특별시를 막론하고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창업가, 기획자, 연구자, 투자자 등이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자리였다. 그곳에서 지금까지도 소위, ‘로컬 씬’을 건강하게 확장시키는 주역들을 만났다. 과연 어떤 동기에서 일을 시작했고, 5년, 10년 후, 각자가 어떻게 성장해 있을지 그리고 로컬 씬을 어떻게 창조해 나갈지에 대한 막연하지만, 기분 좋은 ‘상상’ 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열린 여섯 번째 ‘2023 J-Connect Day’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당시를 회고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었고, 이제 더 큰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 저성장과 인구변동의 시대, 누가 우리를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가
: 크리에이티브 로컬
왜 우리는 현재 ‘지역’과 ‘로컬’을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것을 시대정신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 시대정신을 규정하는 물적 토대인 두 가지 데이터에 주목한다.
하나는, 대한민국이 이미 저성장 사회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연평균 7.1%였던 경제성장률이 2023년은 (4월 전망치로) 1.5%가 되었다. 적정 성장률, 적정 성장 목표를 얼마로 할 것이냐는 기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크게 상승하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당연한 현상과 더불어, 최근 탈세계화(deglobalization)로 인한 국제 경제 질서의 재편에 따른 위기 신호를 반영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활동인구의 변화이다. 경제활동인구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학령인구(만 6-21세)가 1980년도 기준 약 1,440만 1,000명이었는데, 2022년도 기준으로 약 788만 8,000명으로 거의 절반 가까운 수치로 하락했다.
선진국형 저성장 경제와 인구 변동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야기하고, 사회 공동체의 문화적 변화를 촉진한다. 이런 구조적 변화를 흡수하고, 창조하는 곳이 ‘지역’, ‘로컬’이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로컬 기업’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출처: 통계청 / 최도인 재구성
#3.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만드는 로컬 브랜드, 새로운 파도
: 누가 스스로를 강한 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라고 인식하는가
2023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성장단계별 육성’ 정책(정책목표: 소상공인이 혁신기업가로 성장하는 자생적 생태계 조성)을 발표했다. 그간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시혜적 지원책이거나 상품권, 바우처 제공 등 보편 지원 성격이 강했던 것과 달리, 소상공인을 ‘기업가’로 인정하는 육성 정책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소비·유통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한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 현재 추진 중이다. 이 사업 중 ‘강한 소상공인- 로컬 브랜드 유형’은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 기관을 맡고 있다.
메타기획컨설팅에서는 두 기관과 함께 ‘강한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 지원자(1,076건)에 대한 분석과 6개 로컬 브랜드 기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체 지원자에 대한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¹⁾
‘강한 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 사업 지원자의 특징
법인 사업자 비율은 37.7%로 ‘기업화’ 지향이 높다.
제조업 대 비제조업 비율은 약 54% 대 46%인 반면, 전체 소상공인의 제조업 대 비제조업 비율은 약 12% 대 88%로,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강한 소상공인’은 소비재 기반의 ‘창의적’ 생산자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창업자 연령은 30대(39.8%), 40대(26.8%)로 젊은 창업자가 ‘기업가형’ 로컬 브랜드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강한 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 기업이 - 필수형 소상공인과 달리 – 크리에이터(창의적 생산자)로서의 지향과 사업가(창의적 경영자)로서의 지향이 서로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을 ‘기업가형 소상공인’, ‘로컬 브랜드 기업’,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스타트업’, ‘로컬 벤처’ 등으로 표현해도 무방하다.
#4. 나비 성장 모델을 제안하다
: 강한 소상공인 - 로컬브랜드 성장 지표
필자는 이번 ‘강한 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 성장 지원 사업’ 리서치를 총괄하면서 그동안 유보해 두었던 두 가지 숙제를 풀고자 했다. ‘로컬 기업(소상공인, 중소기업, 스타트업, 벤처 등)을 어떻게 가치 평가할 것인가’와 ‘로컬 기업의 핵심적 사업 성장 요소는 무엇인가’이다. 이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로컬 기업에 특화된 ‘나비 성장 모델’을 제안했다.
모델 개발을 위해 이 사업에 참여해서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 6개 로컬 기업(김주현바이각, 협동조합 모월, 우무솝, 더루트컴퍼니, 깨로스터리옥희방앗간, 괜찮아마을목포)의 대표자를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발견한 공통적 사실은 창업자들의 사업 동기는 ‘지역’으로부터 출발하지만,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방식은 달랐다. 지역의 자원(원물) 활용에 있어서, 협동조합 모월은 원주 쌀 토토미의 활용을 최우선에 두었으며, 더루트컴퍼니는 감자의 종자부터 유통까지 고려한 밸류체인 솔루션 모델로 접근했다. 깨로스터리옥희방앗간은 선대가 이루어 놓은 ‘방앗간’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했다. 지역의 문제 해결 차원에서 사업을 접근한 김주현바이각, 우무솝, 괜찮아마을목포 역시 사업으로 발전시킨 방식은 다양했다.
로컬 브랜드 창업자들은 ‘지역’이라는 고유성 위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업을 창조하고 있다. 이들 창업자들은 자신의 작업에 장인 정신을 투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스케일업에 대한 욕망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등 스타트업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타기획컨설팅 연구팀은 대표자 인터뷰 및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강한소상공인 - 로컬 브랜드’ 기업의 4가지 성장 요소와 5대 성장 지표를 제시했다.
#5. 두 가지 당부
: ‘혁신적’ 로컬 창업가의 시대를 응원하며
로컬 창업가의 성장은 매우 도전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창업과 사업의 동기는 ‘나’와 ‘지역’으로부터 발견되고 시작되지만, 이를 지속가능하고 스케일업 가능한 사업으로 이끄는 동력은 또 다른 곳에 있다. 2023 J-Connect Day를 통해서 필자는 로컬 창업 생태계의 동료들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나누고 싶었다.
첫째는 창의적 기획자를 넘어서는 ‘기업가’로서의 꾸준한 성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업가, 경영자로서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업의 성장, 지역 가치의 성장보다 기업가의 성장 자체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기업가의 성장은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마지막 원천이다.
둘째는, 창의적 협업이 성장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로컬 기업은 그 출발점에서 ‘장인’ 기업의 속성이 있다. IT 플랫폼 기업과 달리 바이오 기업의 속성과 유사하다. 꾸준하게 기술을 연마하고 개발하고 적용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그러나 자신이 바라고 세상이 요구하는 성장,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려는 전략적 실천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기술력을 가진 장인과의 협업이 빠른 길을 내어주기도 한다. 김주현바이각이 은퇴한 기술장인과 협업하여 미래의 테일러가 될 후학을 기르고, 더루트컴퍼니가 감자칩 기술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개발의 속도를 앞당긴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가까운 미래를 예측해 보면, 기술 협업 모델을 넘어서 로컬 기업의 창의적 스케일업을 위한 다양한 협업 및 연합 모델이 출현할 것으로 본다. 이번 2023 J-Connect Day에서 로컬 창업 생태계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 금융, 투자 전문가들의 등장과 슬로우 엑시트, 프로젝트 펀드 등 새로운 금융 투자 모델 등에 대한 제안은 반가운 일이다. 새해를 맞아, 로컬 창업가로서 업의 본질을 세우고, 역량을 쌓고, 성장의 기회에 주목하고, 미래를 꿈꾸는 로컬 창업 생태계의 모든 플레이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