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으로는 최초로 팁스에 선정되었고, 성공적으로 졸업한 캐치잇플레이는 게임의 ‘몰입’의 원리를 이용한 영어 교육 앱 ‘캐치잇잉글리시’를 개발해 많은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게임의 힘’을 이용해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바꾸고 있는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게임으로 공부한다는 개념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전에는 게임 개발자로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영향을 줬을까요?
엄청난 영향을 줬죠. 제가 게임 개발을 시작한 게 2000년입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에 기획자로 참여했고, NC소프트에서 리니지2 개발에도 참여했죠. 당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상 세계에 사람들이 몰입하는 현상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게임 안에서 결혼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가능했고, 현실에서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상황이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개발자들은 게임에 접속하는 게이머들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연구하고 고민합니다. 어느 순간 ‘이런 몰입의 기술을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가 아닌, 교육용 콘텐츠에 접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한 학원 기업의 의뢰로 영어 교육용 MMORPG를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개발자라고 하면 더 화려하고 재미있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것 같았어요. 게임을 교육 콘텐츠와 결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도 어릴 때는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중학생 때 특별한 경험을 했어요. 영어 학원에 다녔는데 수업 방식이 독특했어요. 연습장 한 장을 다 쓰면 10점, 영어 문장을 빨리 외우면 20점, 영어 테이프를 다 들으면 50점. 이렇게 성취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1등을 하면 트로피를 주었죠. 공부를 안 하면 다른 친구들을 이길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까 경쟁심이 생겨서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 3개월 동안 1등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수업은 게임과 같은 메커니즘을 활용했던 거죠. 당시에는 재미있다는 생각만 했지만, 나중에야 그게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어 또는 한국어 교육과 게임을 접목한 융합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인지 소개해 주세요.
영어 학습 서비스인 ‘캐치잇잉글리시’와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학습 서비스인 ‘캐치잇코리안’이 있습니다. 두 앱 모두 각각 영어와 한국어를 게임 형태로 학습하는 앱이에요. MMORPG처럼 언어 관련 임무를 수행하면 보상을 주고, 보상으로 순위를 높이거나 이용자끼리 대결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하듯이 언어를 습득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느끼는 ‘몰입’을 교육과정에서 느낄 수 있도록 장치한 앱입니다. 교육적인 부분도, 게임적인 요소도 놓칠 수 없었기에 교육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과정을 디자인했습니다. 효과는 확실했어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어머니와 아드님이 함께 케이잇잉글리시를 시작했나 봐요. 어머니가 30시간 동안 안 자고 계속 문제를 푼다면서 아드님이 저희 쪽으로 어머니 계정을 막아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캐치잇잉글리시’ 앱
교육과 게임을 접목한 콘텐츠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데요, 다른 콘텐츠들과 차별화되는 캐치잇플레이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콘텐츠가 교육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재미나 몰입 면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캐치잇플레이의 콘텐츠는 단순히 게임적인 요소만 집어넣은 게 아니라 게임의 생태계를 고스란히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게임을 할 때 느껴지는 짜릿한 타격감을 좋아하는데요, 저희 앱에서는 문제를 풀 때마다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레벨이 높아지면 새로운 계속 콘텐츠가 열리고, 기록판에서 자신의 강함, 즉 언어적 능력이 어느 구간에 위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육 콘텐츠에 게임 생태계를 이만큼 구현해 놓은 앱이 없었기에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또 이용자가 선호하는 방식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법을 제공했고요. 다양한 장점들 덕에 캐치잇잉글리시 앱은 2015년 Google Best Apps, Google Play 선정 ‘올해의 베스트 앱’, 2019년 Google Play 100만 다운로드 달성, 2020년 Apple Appstore Featured(10월-오늘의 앱 선정) 등 자랑할 만한 발자취를 남겼어요.
게임이나 IT 기업은 수도권에 있다는 게 보통의 인식인데요, 특별 제주에서 창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2012년에 지금의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사내 벤처 인큐베이팅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당시 NXC의 거점이 제주도였어요. 2016년에 스핀오프를 하면서 독립했는데, 수도권으로 올라갈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주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주센터의 영향이 컸어요. 입주 인큐베이팅도 해주고, 사무실도 구해주는 등 이런 지원이 초기 스타트업에는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대면 근무만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적인 특성도 한몫했습니다.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팀원들의 의견도 제주에서 시작해 보자는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으로는 최초로 팁스에 선정되었고, 졸업도 했는데요, 팁스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창업할 때부터 팁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팁스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운영사 자체가 몇 개 없었어요. 경쟁률도 높았죠. 퓨처플레이라는 테크 기반의 전문 투자사가 저희가 개발 중이던 캐치잇잉글리시에 관심을 가졌고, 팁스 기술개발 가이드를 받으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몰입시킬 수 있는 방식이 경쟁력 있겠다는 평가를 받았죠. 여기에 머신러닝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는 모델을 구상해 팁스에 지원했죠.
2020 캐치잇잉글리시 사용자밋업 캐치잇잼
팁스가 캐치잇플레이의 사업 운영에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요?
팁스는 다른 지원사업 대비 R&D 자금을 운용할 때 융통성을 발휘해 주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자금만 지원해 주면서 기술 개발만 독촉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기술과 서비스가 함께 성장하도록 도와줍니다.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개발만으로도 벅찬 경우가 많은데, 후속 투자가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될뿐더러,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필요하다면 운영사가 직접 협력사나 신용보증기금 등과 연결해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성공하길 바란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많은 지원을 받았죠.
제주센터가 제주도에서 최초로 팁스 운영사로 선정되었습니다. 팁스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입장에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주도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는 큰 힘이 생긴 거죠. 저희가 팁스에 지원할 때는 제주도에 팁스 운영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 했지만, 만약 제주도에 운영사가 있었다면 당연히 제주도에 있는 운영사를 택했을 거예요. 온전히 개발에만 전념하고 싶은 기술 스타트업에게 제주도는 매력적인 장소이니, 제주도에 있는 운영사를 선호할 것이고요. 여기에 거주 지원 등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겠죠.
마지막으로 캐치잇플레이의 앞으로의 비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캐치잇플레이의 슬로건이 ‘Life is a Game. Play the Life!’입니다. 삶을 즐겁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인데요.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이어트나 기업 교육, 생활 습관 등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지루해하는 분야와 게임을 융합한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게임으로 얻는 즐거움을 통해 삶의 변화를 야기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