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연구소 김용덕 대표
제주센터가 투자한 기업이 제주와 함께, 그리고 제주를 넘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비전을 시리즈 코너를 통해 알아본다. 드론 등 자율무인이동체의 원격 관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무지개연구소가 올해 1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이 공동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일랜드 제주 개인투자조합 1호’를 통해 2억 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드론을 넘어 더 큰 분야를 꿈꾸고 있는 무지개연구소 김용덕 대표에게 자율무인이동체의 미래에 대해서 들어보자.
드론에서 발견한 가능성
고미 무지개연구소에서는 드론을 포함한 자율무인이동체의 미션컴퓨터와 관제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리온 플랫폼’을 만들고 있잖아요. 드론이 아닌, 원격 관제 시스템을 만드신 건데 어떤 계기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신 건가요?
김용덕 10년 전, 드론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을 무렵에 군 장교로 근무하면서 해외의 과학화된 장비와 시스템을 우리 군에 도입·보급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드론이라는 미래에 유망한 기술을 민간에 적용하면 안전이나 재해예방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해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단순한 비행에 그치지 않고 이전보다 고도화된 작업을 수행하려면 드론에 두뇌가 필요하겠죠.
드론 산업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처럼 우리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려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컴퓨터를 만들어 드론에 장착할 필요가 있죠. 배송, 재난 안전,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전역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마음으로 2015년 창업에 도전했고, 청년창업사관학교 1억 원 펀드 유치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한 5,000만 원 모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시작했어요. 고객사에 요청에 맞게끔 만들려다가 잘 안되다 보니 혼자 연구했던 것을 전부 모교에 기증했죠. 그곳에 있던 학생들이 이걸 연구하다가 지금은 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박윤혁 쉽게 말해 무지개연구소에서 개발한 컴퓨터를 드론에 장착하면 자율비행뿐만 아니라 더 고도화된 작업이 가능하다는 말씀이네요. 기존의 드론산업보다 한 단계 더 앞을 보신 거네요.
김용덕 자율비행이나 군집비행은 당연하고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사전에 드론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입력해두면 꼭 정해진 코스로만 비행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코스를 알아서 찾아 비행하는 거죠. 무지개연구소는 그 기능을 탑재한 하드웨어 ‘아리온IMC’와 소프트웨어 ‘아리온GCS’, ‘아리온HUB’, ‘아리온CTW’ 등을 제공하고 있고요. 드론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국방과학연구소나 드론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과 협업으로 시작하다가 직접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작에 나섰고 그렇게 아리온 플랫폼이 탄생했죠.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나 크립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투자받았고 시리즈A 라운드도 준비하고 있으니 제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게 증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인이동체의 핵심, 두뇌컴퓨터 ‘아리온IMC’
기술력으로 규제를 뛰어넘다
고미 드론산업이라고 하면 유망한 분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드론 하나를 날리는 데 많은 제약이 있잖아요. 비행금지구역이 많고, 사전에 허가받아야 할 것들도 있고요. 해결했어야 할 문제는 없었나요?
김용덕 우리나라에서는 드론이 가시권 내에 있을 때만 비행할 수 있었습니다. LTE나 5G 통신망을 이용한 원거리 제어가 충분히 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말이죠. 서울에 앉아서 제주 하늘에 있는 드론을 조종할 수 있죠. 그러던 중 다행히도 2019년 말 ‘특별비행승인’이라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무지개연구소를 규제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저희 드론을 가시권 밖에서 조종할 수 있게 되었죠.
규제샌드박스로 지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리온플랫폼을 이용해 가시권 밖에서도 드론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드론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통신이 끊기더라도 스스로 집에 돌아오거나, 안전한 곳에 비상 착륙하면 되니까요. 이전 기술의 부족한 점을 새로운 기술이 완벽히 보완하면서 규제를 뛰어넘은 거죠.
박윤혁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실제로 이뤄가고 계시니 대단해 보입니다. 주요 비즈니스 타깃은 누구이며, 시장 반응은 좀 어떤가요?
김용덕 모든 드론 관련 업체가 저희 고객이죠. 이제는 단순히 드론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드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도 수요에 맞춰 변화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한라산 등산로에 정찰 드론 체계를 구축하려면 당연히 관제 시스템이나 자율비행 시스템도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드론 업체를 고객으로 삼아 무인이동체 서비스를 구현하는 핵심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고요. 구독형과 구축형 서비스가 있는데, 특히 서버 구축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사용한 만큼만 금액을 지불하는 구독형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이용하다가 서비스 구축형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리고 아리온플랫폼이 시스템적으로 설계가 잘 되어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슬라의 전기차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됩니다. 일단 도입하면 업데이트를 위해 다시 회수할 필요가 없죠.
투자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을 꿈꾸다
박윤혁 일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초기 시드 단계에서 완성된 제품이 나오는 경우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무지개연구소는 이미 제품이 완성돼 있었죠. 이러한 점이 제주센터가 투자를 결정한 주요 배경으로 알고 있어요. 또 제주가 드론 특구로 지정면서 전략적으로 드론 사업 육성을 시작한 것도 맞물린 것 같고요.
김용덕 처음에는 투자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관심도 없고 잘 몰랐죠. 그냥 제품만 잘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침 드론 사업이 계속 커지고 있었고, 주요 산업으로 지정되면서 국가적으로 많이 지원하잖아요. 시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국가 R&D 사업에도 많이 참여합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해 온 것들과 국가 R&D 사업의 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저희 제품을 더 발전시킬 기회도 얻고 있고요. 그렇게 벌어들인 자금이 재투자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중입니다.
고미 경쟁보다는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것 같네요. 직접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부분인데,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협력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성장하는 쪽으로 흘러가야죠. 잘나가는 스타 기업 하나 만들면 좋지만,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여러 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아리온GCS’
제주에서 그리는 드론산업 생태계
박윤혁 최근에 많은 드론 업체들이 제주를 아주 좋은 테스트 배드로 꼽습니다. 제주도에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많은데요. 혹시 한라산에서도 아리온 플랫폼을 이용하는 드론을 볼 수 있을까요?
김용덕 제주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넥스트라운드 투자를 제주에서 받고 싶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저에게 제주는 기회가 많은 곳이거든요. 다른 드론 업체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 보니 드론을 전문으로 만든 회사들이 여기로 몰려들죠. 모든 드론 업체가 잠재적인 고객이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아리온 플랫폼을 써보라고 권유합니다. 그중 80%는 실제로 구매 의사를 밝혀 오세요. 써본 고객들은 앞으로 필요하다는 것 느끼거든요.
고미 잘 들어보니, 대표님하고 데이터 사업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드론으로 하늘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는 거죠. 수산업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고, 도서 지역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김용덕 저희가 정말 유니콘 기업이 되려면 제품의 판매보다는 데이터 산업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드론이 무인이동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보조했다면, 앞으로는 사람을 대신하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각각의 드론에도 고유 정보가 생기고, 기체가 얻는 정보는 빅데이터로 저장되죠. 우리가 더 스마트하고 편리한 삶을 살게 될 건데, 그 데이터의 흐름을 누가 주도하는지가 중요하죠. 아리온플랫폼이 적용된 드론에서 얻어지는 데이터가 모두 무지개연구소로 모이는데, 그 데이터 허브의 역할을 제주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제주도에서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키워가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무지개연구소 하나 잘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산업의 저변이 더 커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