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장
제주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문을 연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뉴 스페이스 시대,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를 중심으로 제주 지역과 많은 우주산업 분야의 연구 기관이 있는 대전이 연계되고, 나아가 스타트업을 포함한 산·학·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본다.
제주도에 개소할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전담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으로, 국가가 개발한 민간용도 위성의 관제, 영상 수신, 표준 영상 처리·배포, 데이터 보관과 연구개발을 담당할 조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위성 8기를 운영하고 있고, 이 수를 점차 늘려 2025년에는 16기, 2030년에는 78기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늘어나는 위성 수요에 대응하고 각종 위성정보를 수신·보관할 곳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수행하죠. 향후 위성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위성정보를 보급·활용할 전초기지로서 임무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제주에서 올해 후반기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12월, 제주 구좌읍 덕천리 일대에 시설을 완공했으며, 지금은 시스템 설치 및 시험을 진행하고 있죠. 개소 직후 약 90명이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2030년까지 점차 근무 인력을 늘려 최종적으로 약 330명 규모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주에 있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에서는 저궤도 위성의 통합 운영을 전담할 예정이고,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달 탐사에 좀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현재 저는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장으로서 위성정보 활용 활성화를 수행하며, 대전에 위치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 교수로서 후진 양성도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개소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쌓아온 위성개발 경험과 운영 및 활용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융합하여 위성 활용 분야의 우주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예정입니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표면 관측이나 통신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저궤도 위성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궤도를 따라 움직이죠. 위성은 기지국 위에 있을 때 통신이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제주에 지상국을 설치하면 다른 지역보다 먼저 통신할 수 있죠. 대전과 비교한다면 약 1분 정도 빠릅니다. 고작 1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난재해 등 긴급한 상황에서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죠.
제주도는 지리적으로도 전파 환경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양호합니다. 이 말은 곧 다른 전파의 간섭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있는 대전을 포함해 국내 여러 지역의 전파 환경을 조사한 결과 제주도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는 매우 미약하므로 지상에서는 인공위성이 보낸 신호를 큰 안테나로 모아 수신·분석해야 하죠. 다른 전파의 영향을 받는다면 인공위성에서 보낸 신호가 안테나까지 제대로 닿지 않습니다.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할 때 네온사인이나 가로등 불빛을 최대한 피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오는 9월 중 개소할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전경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제주의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까요?
앞으로 제주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를 시작으로 위성 운영과 활용산업의 최적지로 성장할 것입니다. 우주산업을 크게 발사체 개발, 위성체 개발, 위성 활용 분야로 나눠볼게요. 발사체와 위성체를 개발하려면 연구 시설과 설계·제작을 위한 공간, 시험 및 발사장 등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위성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보를 수집·분석할 공간과 이를 관리하고 운영할 센터가 있어야겠죠. 그 역할을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할 것이고, 점차 기능을 확장하면서 제주는 우주지상국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위성정보는 우주개발 산업에 필요한 재료입니다. 이 재료를 만들고 관리하는 곳이야말로 위성정보 산업의 성지가 되겠죠. 제주도는 향후 발사체와 위성체 산업의 생태계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성과를 보이겠지만, 그보다 앞서 위성정보 활용 분야의 선도 지역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으로 제주도가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을까요?
위성정보 활용은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UN은 인류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이행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에 위성정보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다른 사례도 볼까요. 2020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710억 달러였으며, 위성정보 활용 분야는 이 중 1,178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특히 우주 원격탐사 분야는 2030년 1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제 제주도에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관련 기업들이 모여들 테니, 남은 것은 전문인력 양성입니다. 제주도가 국가위성 운영·활용의 중심지로 거듭나려면 당연히 일할 전문인력이 지금보다 더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교육 기관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인력이 그 지역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요건, 즉 산업 외적인 부분도 갖춰져야 합니다. 이는 장기적이며 다방면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인력과 더불어 산·학·연의 연계로 인한 시너지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연구원의 창업을 장려합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다가 기술을 상용화할 필요성이 있다면 직접 스타트업 창업까지 이어지기도 하죠. 예를 들면 컨텍이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산·학·연 협력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면서 관련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제주도의 여러 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공조 체계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구축 등 위성정보 활용 분야 협력체계 구축·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으며, 현재 제주대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와 연구 협력 및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업무 협약도 진행 중입니다. 제주도 내 대학교와 제주도 위성정보 활용 산업 활성화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요. 추후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사항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건물 위에 있는 위성정보 수신 안테나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이를 오해하는 시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의 시선은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군사안보 시설이라는 목소리인데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주무부처로 하고, 과학기술 분야 25개 출연 연구소로 구성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입니다. 제주에 설립되는 센터에는 국방부가 관여하지 않습니다. 군사적 목적의 위성이 필요하다면 방위사업청에서 따로 담당합니다. 다음으로 전파에 대한 유해성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자파에 대한 법적 기준이 있습니다. 제주에 설치할 안테나 역시 이를 철저히 지키고 있고요. 특히 저희 모든 연구원이 전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는 대전연구소에서 25년째 안심하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입니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부지가 넓긴 하지만 주요 시설인 안테나가 들어선 면적은 이에 비해 상당히 작습니다. 전파 간섭을 줄이기 위해서는 안테나 사이에 100m 이상 간격을 둬야 합니다. 그 사이에는 어떤 구조물도 들어서지 못하죠. 안테나와 안테나 사이에는 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우주산업은 거시적으로 보면 친환경 산업에 해당합니다. 전통적인 산업은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에 따른 부가가치가 크지 않고, 폐기물이나 폐열 발생도 상당히 많죠. 하지만 기술집약적인 IT산업이나 우주산업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우주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볼 수 있는 이유죠.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제주에서 그리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단기적인 목표는 구축된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의 고도화입니다.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해서, 2030년까지 목표하는 국가위성 78기를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죠. 장기적으로는 위성정보 통합 수신으로 확보되는 빅데이터를 보급, 활용하는 체계인 데이터센터와 공공클라우드 기반 디지털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데이터센터와 공공클라우드 디지털플랫폼은 위성정보 활용도를 크게 성장시킬 것이고, 제주도는 위성정보 산업의 허브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한 뉴 스페이스는 민간기업이 얼마나 위성정보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와 제주는 공공과 민간을 잘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은 인프라 구축 등 투자할 부분에 투자하고, 민간은 기업 활동 등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그때가 되면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우주산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우주는 꿈을 가지고 실현하는 곳입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우주라는 훌륭한 곳을 탐험하기로 했다면 그 꿈을 크게 꾸고, 구체화하길 바랍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