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일찍부터 주목해서 투자에 나선 컴퍼니케이파트너스. 2018년부터 12개 우주 스타트업에 총 307억 원을 투자하고, 이중 3개를 상장시켜 이 분야의 리딩 투자사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출자사업의 위탁운영사로 선정되어 105억 원 규모의 ‘뉴스페이스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우주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고 있는 이강수 대표와 제주센터 이병선 센터장이 만나 우주산업의 가능성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 이원복 사진. 홍승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강수 대표 & 제주센터 이병선 센터장
우주산업, 제2의 물결이 도래하다
이병선 ━ 안녕하세요, 우선 바쁘신 시간에도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요. 특히 우주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우주항공 산업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있나요?
이강수 ━ 무엇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주항공 분야가 그중 하나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기도 하지만, 우주산업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죠.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첫 우주기업 투자는 2018년 위성개발 기업인 ‘루미르’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뉴스페이스라는 개념이 국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뉴스페이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죠. 우주산업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해 루미르에 투자했고, 이후 2020년부터 국내에 많은 우주 스타트업이 생겨나면서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병선 ━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105억 원 규모의 ‘뉴스페이스 펀드’를 결성하셨더라고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한 모태펀드 사업의 일환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우주산업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이강수 ━ 뉴스페이스 펀드는 정부가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펀드입니다. 2027년까지 펀드 규모를 5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정된 정부 예산에서 적지 않은 규모로 출자한 것이어서 정부가 뉴스페이스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병선 ━루미르 외에도 ‘이노스페이스’, ‘컨텍’ 같은 주요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하셨죠. 컨텍은 시드머니 투자로 제주센터와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강수 ━ 현재까지 12개의 우주 스타트업에 총 300억 원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포트폴리오가 말씀하신 곳들이죠. 이노스페이스는 루미르처럼 초기에 투자한 곳이고, 컨텍은 비교적 늦은 시리즈C에 투자했습니다. 컨텍은 초기부터 사업이 잘 준비되어 온 상태여서 투자가 늦은 것에 비해 빠르게 상장했죠. 지난해 11월 컨텍이 먼저 상장했고, 올해 7월에 이노스페이스, 10월에 루미르가 상장했는데요. 저희가 투자한 우주 스타트업이 연달아 상장하면서 뉴스페이스가 더 관심을 끌게 되기도 했죠. 세 기업 모두 뉴스페이스 분야에서는 이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죠.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강수 대표
우주산업이 그리는 미래 지도
이병선 ━ 우주산업 분야에는 업스트림, 미들스트림, 다운스트림 분야가 있는데요,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나요?
이강수 ━ 분야마다 특성이 다른데요, 업스트림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이노스페이스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우나스텔라 같은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죠. 미들스트림에서는 위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이 분야는 통신, 환경 모니터링, 지구 관측 등에서 부가가치가 크죠. 다운스트림에서는 데이터 활용이 핵심입니다. 특히 통신 서비스는 6G와의 연계 가능성도 높아, 향후 시장에서 큰 성장이 기대됩니다. 세 분야 모두 우주산업에서 배우 중요한 영역이고요, 골고루 발전해야 우주산업의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우주탐사 분야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년 우주항공청의 예산 중 우주탐사 분야가 상당히 증액됐을 만큼 미래 먹거리로서 매우 중요합니다. 아직은 국가 주도로 진행되는 부분이 크지만, 앞으로는 민간기업의 참여도 확대될 겁니다.
이병선 ━ 우주산업 선진국들은 예전부터 다양한 영역의 우주개발에 투자해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일부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강수 ━ 미국, 중국, 인도 등 많은 나라가 일찍이 우주 개발에 투자해 온 것에 비하면 규모나 속도 측면에서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몇 개월 전에는 인도의 탐사선이 달 남극에 가기도 했고, 중국은 달 암석을 채취해 오는 등 달 탐사 분야도 상당히 진전돼 있죠.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우주산업 분야의 규모가 2030년에는 3,500억 달러, 2040년에는 1조 1,000억 달러까지까지 성장한다고 합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고요. 지금부터라도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우주산업의 성장에 확신을 갖는 이유는 우주 궤도를 활용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방위산업 역시 우주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고요. 그만큼 우주산업에 대한 수요는 분명합니다. 환경, 통신, 경제, 방위, 무역 등 대부분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죠.
이병선 ━ 최근 국제우주회의(IAC)에 참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글로벌 우주산업의 흐름은 어땠나요? 국내 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했다고 하던데요.
이강수 ━ 맞습니다. 이번 IAC는 역대 가장 많은 참석자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죠. 유럽우주국(ESA), 독일, 룩셈부르크 등 다양한 국가의 우주 기업들이 대규모로 참여했고, 국내 기업인 컨텍, 이노스페이스, 쎄트렉아이는 규모 있는 전시를 진행하며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죠.
이병선 ━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주산업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두고 계신 게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 꿈이 우주비행사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강수 ━ 제가 투자한 기업의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먼 미래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2032년에 달에 우주선을 보내고, 2045년에는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세웠어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잖아요. 국가적으로 지원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고, 저희 같은 투자사나 제주센터 그리고 스타트업 플레이어까지 모두가 더 관심을 두고 노력해야죠.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주센터 이병선 센터장
우주를 향하는 스타트업의 도전
이병선 ━ 우주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해 보입니다. 투자자로서 우주산업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강수 ━ 우주산업은 기술력이 상당히 중요한 딥테크 분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님이나, 연구기관 출신의 연구원님들이 스타트업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직접 창업에 나서도 좋고요. 우주산업에서는 깊은 지식과 고도화된 기술 그리고 많은 경험이 곧 경쟁력이니까요. 지난 9월 ‘제주 창업생태계 포럼 X 인베스터데이’에 함께한 ‘스팩스’와 ‘스페이스빔’이 그런 경우죠. 창업자부터 주요 인력이 내로라하는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잖아요.
이병선 ━ 맞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술력을 갖춘 ‘스팩스’와 ‘스페이스빔’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주센터 또한 우주 스타트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도 하고요. ‘제주 창업생태계 포럼 X 인베스터데이’에 함께해 주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이강수 ━ ‘제주 창업생태계 포럼 X 인베스터데이’를 계기로 제주센터에는 처음 방문했는데요, 제주센터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정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꼈어요. 우주산업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제주에는 관광, 자연 자원을 활용한 로컬 스타트업도 많잖아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주가 가진 자원이 우주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겁니다. 좋은 기업이 만들어지려면 전문 인력이 필수적인데 요즘에는 근무지의 정주 여건도 많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적 제약이 덜한 산업의 기업들이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기도 하잖아요. 제주에 거점을 마련하는 우주 스타트업도 여럿 있고요. 제주가 근무지로서 최고의 환경을 갖췄으니 인재 유입 및 양성에 정책적인 뒷받침이 더해진다면 더 견고한 우주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발사체 발사나, 위성 통신에 제주도가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병선 ━ 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제주센터도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기분 좋은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이강수 ━ 우주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앞서서 우리나라가 2045년에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잖아요. 그때쯤이면 제가 현역에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우주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맞을까요. 그건 또 아니거든요. 우리가 우주로 가는 길을 열어줘야 미래 세대가 우주에 가서 더 많은 혁신을 이루겠죠. 그래서 정책과 제도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하겠고요. 우리 국민들도 더 먼 미래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병선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주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주센터도 우주산업의 발전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