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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기반의 기술로 우주산업에 혁신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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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스 윤성철 공동대표 & 스페이스빔 김정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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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센터 시드머니 투자기업 ‘스펙스’와 제주-비전 벤처투자조합 제1호 투자기업 ‘스페이스빔’은 미들스트림 영역에서 천문학을 기반으로 한 ‘3D 분광기술 위성 관측’과 ‘우주 광통신’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추후 다운스트림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시장에서 성과를 이뤄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글. 이원복 사진. 전경민
스펙스 윤성철 공동대표 & 스페이스빔 김정훈 대표
Q. 3차원 분광기술(초분광기술)을 적용한 위성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펙스’ 그리고 우주 광(光)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스페이스빔’은 각각 어떤 기업인가요?
윤성철 ‌ ‌스펙스는 인공위성에서 지상을 관측하는 초분광(hyperspectral) 기술 카메라와 위성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분광기술을 이용하면 토양에는 어떤 광물이 많이 포함돼 있는지, 특정 지역에서는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어요. 위성 초분광 관측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선 스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천문학 기술을 활용해 이를 면 스캔 방식으로 관측하겠다는 거죠. 분광 데이터의 감도가 높고 보정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차원 분광(초분광) 기술 활용 예시
김정훈 ‌스페이스빔은 전파가 아닌 빛을 이용한 우주 광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전파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하죠. 광통신은 점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펙스의 3차원 분광기술을 적용한 위성데이터도 그 용량이 상당할 겁니다. 이런 데이터를 받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의 통신 기술이 필요한 것이죠. 또 현재 주파주 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요. 사실 우주 광통신 분야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고 정말 많은 기업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스펙스와 스페이스빔의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윤성철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도 하는데요, 공학이나 바이오 분야에서는 교수 창업이 흔하지만, 천문학 분야에서는 드물었어요. 그런데 뉴스페이스 시대가 오면서 고민이 많아졌죠. 명색이 천문학자인데 뉴스페이스 시대에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의 지식이 캠퍼스 안에 갇히기보다는 사회에 환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국천문연구원의 정웅섭 박사님(co-CEO & CTO)과 공동창업에 나섰습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는 이강환 박사님을 CSO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을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GBD(Global Business Developement)로 모셨죠.
김정훈 스페이스빔은 저를 포함해 서울대 천문학과 박사과정을 밟은 천문학자 3인이 공동으로 창업했습니다. 저 역시 천문학을 배웠고, 2000년대 초반부터 천문학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뉴스페이스가 도래하면서 점점 새로운 통신 방식에 대한 니즈가 있는 기업들이 천문학자에게 자문 요청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우주 광통신 기술 때문인데 여기에는 천문학적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천문학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죠.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천문학을 기반으로 한 번듯한 우주기업을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Q. 두 스타트업 모두 미들스트림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나요?
김정훈 스페이스빔과 스펙스 모두 우선은 미들스트림 영역에서 핵심적인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고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다운스트림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죠. 미들스트림 영역에서 먼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이유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입니다. 데이터 생산부터 가공까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서 이뤄지도록 말이죠.
윤성철 ‌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온 위성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게 수월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기술 확보와 제품 개발에 먼저 집중하는 이유는 원천 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죠. 만약 위성데이터를 공급하는 기업과 네트워크가 단절된다면 큰 손실을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 문제도 있을 것이고요.
Q. 현재까지의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단계에 집중하고 있나요?
김정훈 스페이스빔은 지난해 9월 실험을 통해 경북 영천에서 보현산 천문대까지 지상 20km 거리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광통신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처음 10cm 거리에서 시작했는데, 점차 거리를 늘려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죠. 또 저희가 자체 개발한 우주광통신 송수신기를 열기구, 항공기에 탑재하여 100km 이상의 장거리 실험을 할 예정입니다. 실제 위성에 탑재하여 우주로 보내기 전에 성능을 실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윤성철 ‌ ‌스펙스는 현재 충북 오송에 마련한 연구실에서 천문학 분광기술을 적용한 위성탑재용 관측기기를 개발 중입니다. ‘제주 초기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통해 시드머니를 투자받은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제품을 선보여 스펙스가 갖고 있는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제주센터 추천으로 딥테크 팁스에도 선정됐죠. 앞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이저 통신장비를 이용한 테스트 모습
스페이스빔이 개발 중인 우주 광통신 장치
Q. 지난 9월 ‘제주창업생태계포럼 x 인베스터데이’에도 함께 자리해 주셨는데요. 우주산업의 거점으로서 제주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요?
김정훈 제주도는 우주 광통신의 테스트를 위한 최적지로서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산이 있고 바다가 트여있어서 광통신을 실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으니까요. 추가로 JDC 쪽에도 연구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광통신 실험을 위한 규제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유용하게 활용될 것 같습니다.
윤성철 ‌ ‌제주도는 국가위성운영센터, 컨텍,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한화우주센터 등 우주산업과 관련된 기관 및 기업 간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어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이죠. 여기에 우주산업 육성에 대한 제주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뜨거운 관심도 인상 깊었습니다. 제주도를 믿고 여기서 비즈니스를 시작해도 되겠다고 판단해 본사를 제주에 둔 것이고요. 앞으로 제주를 더 자주 찾아갈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스케일업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김정훈 우선 발사체에 저희가 개발한 우주 광통신 기기를 탑재해 테스트하고, 이후에는 컨텍처럼 스페이스빔도 제주도와 우리나라 곳곳에 광통신 위성 지상국을 설치할 생각입니다. 날씨 영향에 민감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 곳곳에 위성 지상국이 필요하죠. 지상국까지 갖추면 본격적으로 광통신 모듈을 탑재한 위성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우주광통신 플랫폼이 구축될 것입니다.
윤성철 ‌ ‌현재 우주산업에서는 위성 초분광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관련 기기와 데이터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감도가 낮은 점 역시 하나의 이유입니다. 스팩스는 초분광 기기의 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기존 시장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뛰어난 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위성 데이터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 품질에 달려 있기에 이 점이 앞으로 글로벌에서도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는 기업이나, 공동 창업가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김정훈 2000년대 IT 붐, 이후 바이오 붐처럼 현재는 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물론 언제까지 이 관심이 지속될지, 또 언제 사그라들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전 세계가 우주에 주목하고 있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다양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잖아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희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일지는 몰라도, 우주산업의 발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만큼 여러 기업과 협력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습니다.
윤성철 ‌ ‌우주산업은 성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분야인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이 핵심이지만, 우주산업에서는 오히려 조급한 성장이 독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먼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준비해 멋진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