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의 시대, 우주는 더 이상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은 기후 위기, 빅데이터 등 전 세계가 마주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며, 아침을 여는 일기예보부터 친구와 주고받는 메시지까지 점점 일상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 가치는 우주산업 밸류체인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가. 그리고 벨류체인 속 숨겨진 진짜 가치는 무엇인가.
우주산업 대전환의 시대
우주항공 산업은 민간 기업과 투자 증가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주 경제는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2035년 무려 1조 8,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전 세계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우주산업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은 점점 증가하는 글로벌 VC의 투자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최상위 VC 15곳 중 13곳이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우주산업은 높아진 성숙도와 함께 본격적인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낮아지는 발사체 비용이 우주산업 밸류체인의 전반에 걸쳐 혁신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발사 비용 감소의 핵심 포인트는 제작비의 80%에 달하는 발사체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스페이스 X가 쏘아 올린 재사용 발사체 혁신에 힘입어 현재 위성체의 비용 곡선은 전례 없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발사체 비용의 획기적인 감소로 우리는 군집 위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또한 현재 스페이스X를 비롯한 업스트림 스타트업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미들 및 다운스트림 산업에 탄력이 붙는 추세이다. 다운스트림 산업의 사용자가 1% 증가할 때마다 무려 98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만큼 다운스트림 산업의 발전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의미한다.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새로운 위성 패러다임 저궤도 위성
우주산업의 성장은 발사되는 위성의 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위성 발사 수는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2024년 5월 기준 총 9,900개로 집계되며, 이 중 무려 84%가 저궤도 위성(LEO, Low Earth Orbit)이다. 이러한 소형 저궤도 위성의 주류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에는 발사된 위성 중 소형 위성은 34% 정도였으나, 2020년 들어서는 전체 발사된 위성 중 소형 위성이 94%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중소형 위성 제작업체가 생겨나며, 전통적인 EO 위성 외에도 다양한 목적의 관측 및 통신 위성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상과 우주 연결의 핵심인 위성데이터의 가격 또한 2035년까지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6G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저궤도 위성
위성 데이터는 혁신을 열어가는 키
이처럼 나날이 증가하는 위성과 함께 위성 응용 산업, 특히 스페이스 인터넷에서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전 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59.5%에 머물러 있으며, 지구의 절반은 낮은 인구밀도로 경제성이 낮은 지역 및 통신망 구축이 어려운 극지방 등을 이유로 인터넷을 공급받지 못한 ‘음영지역’이다. 이러한 지상 인터넷의 본질적인 한계 앞에서 스페이스 인터넷은 *CAPEX(Capital expenditures)를 절감하며 초연결로 나아갈 수 있는 보완적인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저궤도 위성을 통한 스페이스 인터넷 시장에 처음 진출한 스타링크는 이미 작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상업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남은 음영지역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현 위성 산업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스페이스 인터넷과 함께 위성, 비행체, 지상망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초공간, 초연결의 시대, 6G 통신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CAPEX(Capital expenditures)
자본적 지출이라고도 하며 미래의 이윤 창출, 가치의 취득을 위해 지출된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을 말한다.
출처: Statista, 그래비티벤처스 재구성
새로운 페러다임을 가져올 우주 광통신 개발
위성의 혁신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밸류체인 사이의 핵심 병목 구간, 통신 산업의 발전이 필연적이다. 1950년대 이래로 우주 산업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우주의 통신에 있어서는 50년대와 동일하게 여전히 주파수 기반의 무선 통신 방법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속도와 용량의 한계로 인해 위성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많은 데이터가 우주에서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속도, 용량, 안정성 면에서도 무선 통신 대비 탁월한 성능을 보유한 우주 광통신이 등장했다. 이는 마치 지상에서 광섬유로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열었던 것과 비슷하다.
우주 광통신이 주목받을수록 광통신 장비 산업이 부각된다. 자유공간에 레이저를 쏘는 만큼 지상과 위성 간의 더욱 정밀한 조준 및 보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핵심은 적응광학, 정밀추적 기술 등을 통해 레이저통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며 우주와 지구의 거리를 더욱 좁혀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밸류체인, 미들과 다운스트림 사이의 병목 구간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인공위성 우주 광통신 예시
우주산업 그리고 제주에 거는 기대
지금까지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 온 글로벌 VC 하우스들이 우주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점하며 빠르게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는 세콰이어캐피탈과 안데르센호로위츠 등의 탑티어(Top-tier) 벤처캐피탈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의 투자 섹터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져 있으며, 우주산업의 모든 섹터에서 2015년과 비교하여 거래 수는 최소 2배, 투자 규모는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되었던 금액의 비중이 2015년에는 56%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무려 95%에 달한 점은 시장의 높아진 성숙도와 함께 본격적인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주산업은 이제 본격 성장할 것이다. 그러한 혁신 변화에 제주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제주 기반 우주 스타트업의 육성, 발굴, 투자, 글로벌 확산까지 전 주기에 걸친 도움을 지속하는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