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전략을 이야기하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 기업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왜 지금인가
이재형 제주센터의 글로벌 진출을 함께하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분들 모셨습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국내 스타트업 신이 글로벌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다양한 이유와 현지 시장의 특징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민규 무엇보다 시장규모의 문제가 큰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유니콘 기업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지만 데카콘 기업까지 나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제주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해외 진출은 필수라고 봅니다. 실제로 투자사와 이야기해 보면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부터 따져보는 곳이 많아요. 해외 진출을 이룬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죠.
박샛별 저 역시 더 넓은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글로벌이 답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가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무턱대고 도전할 수는 없어요. 비즈니스 모델의 PMF(Product-Market Fit, 제품 시장 적합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죠.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다방면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해요. 바이어와 소비자의 반응도 다를 수 있고요.
이재형 말씀하신 것처럼 사전 조사 및 분석 단계가 중요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 없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글로벌 진출에 도전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고요.
이민규 홍콩은 물가가 비싸고,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는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홍콩, 더 넘어 중국 시장을 노려봐야 한다고 말씀드리는데요, 기회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죠. 단편적인 예로 홍콩은 식품과 식재의 95% 이상을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어요. 그 말인즉슨 해외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것이죠. 우리만의 콘텐츠와 프리미엄화된 전략을 펼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죠. 또 중국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 지방과 교류할 수 있는 큰 시장으로서 제주 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습니다.
박윤정 동남아시아 시장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상황입니다. 잡채나 떡볶이, 갈비탕 같은 한식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섬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는 물류비가 비싸기 때문에 밀키트 같은 완성품의 유통·판매가 쉽지 않아요. 게다가 현지에서 얼마든지 우리나라의 떡볶이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대체 식재료도 많고요. 그래서 스타트업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죠.
프리디그룹 이민규 이사
글로벌 진출의 성공을 위한 조언
이재형 아무래도 국내 시장보다는 익숙하지 않고, 또 변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미 글로벌 지출을 경험한 입장에서 무엇을 가장 고려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샛별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또 특정 국가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이 다른 것처럼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 모든 국가의 문화가 다르므로 각각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재형 조금 더 쉬운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어떤가요? 현지에 법인을 만들기보다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박윤정 물론 시장성을 미리 알아보는 데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결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할 수밖에 없어요. 인도네시아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도 자국 법인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하지,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현지인의 지분이 필요한 경우도 많으니, 처음부터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박샛별 동남아시아 시장을 놓고 본다면 나라별로 법인 설립 절차가 매우 다릅니다. 시간과 자본이 한정되어 있으니 스타트업 혼자 모든 과정을 처리하기는 버겁죠. 당장 법인 설립이 어렵다면, 파트너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시장을 확보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 그때 순차적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재형 이전부터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에 대한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민규 홍콩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침사추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브랜드의 힘이 강해요. 특히 국내 치킨 브랜드 매장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리기도 하고,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걸 만들어 홍보하기도 하죠. 그만큼 경쟁력이 있습니다.
박샛별 K-뷰티 시장도 비슷합니다. 4~5년 전만 해도 대기업 브랜드가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2~3년 만에 ‘조선미녀’나 ‘헉슬리’ 등 인디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했죠. 오는 8월 29일 인천에서 열리는 2024 뷰티&헬스케어쇼의 뷰티 부문 참가 기업도 대부분 인디 브랜드죠.
이재형 말씀처럼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성과가 유의미하고, 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요. 스몰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고, 그만큼 틈새시장을 노려볼 기회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런 성과를 얻게 된 이유도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시장의 니즈와 공급이 맞아서인지, 아니면 스타트업이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해서인지 궁금합니다.
이민규 저는 두 가지 모두가 작용했다고 봐요. K-팝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가 놀라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스타트업이고요. 스타트업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잖아요. 스타트업이 더 활발하게 글로벌 진출의 성과를 보이는 이유이죠.
박윤정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절차와 과정이 길어서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액션이 필요한 이유가 합리적이고, 아이디어가 충분하다면 곧바로 실행해 옮길 수 있으니까요.
서울언니들 박샛별 대표
글로벌 성공을 향한 전략적 파트너십
이재형 제주센터는 기존의 글로벌 진출 지원 사업들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장 먼저 필요했던 것이 글로벌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였죠. 이렇게 좋은 파트너분들을 만나서 홍콩과 동남아시아를 타깃으로 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이 순항 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제주센터와 함께하기로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민규 우선 제주에는 유니크한 콘텐츠가 많아요. 커머스는 대부분 탑3 상품이 전체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또 커머스의 특성상 이 상품들은 다른 곳에서도 판매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격 경쟁 또는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제주의 유니크한 콘텐츠가 가장 매력적이죠. 더 나가아 홍콩·중국 출장 때 제주도가 언급되는 일이 점점 늘어날 만큼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 스타트업의 유니크한 콘텐츠를 홍콩에 유치하면 제주와 홍콩 모두에 이득 생기겠죠. 무엇보다 프리디그룹이 운영하는 폐쇄몰을 이용한다면 효과적으로 제주의 콘텐츠를 홍보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고요. 제주센터나 IMM인베스트먼트 홍콩으로부터 많은 도움도 받고 있으니 꼭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윤정 동남아시아에는 K-뷰티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점차 건강기능식품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요. 이런 추세 속에서 청정 자연의 이미지를 가진 제주도의 제품들이 경쟁력을 얻고 있죠. 제주도는 인도네시아에서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진 곳이에요. 그만큼 관광객들이 쉽게 오고 SNS를 통해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합니다. 이런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면 효과적이겠죠. 지금이 제주도에 있는 제품을 인도네시아에 홍보할 적절한 시기이기 때문에 제주도 스타트업의 진출을 돕고자 나섰습니다.
이재형 특히 박윤정 대표님과 박샛별 대표님은 이번 글로벌 이노베이션을 함께하면서 제주 스타트업의 제품을 알리는 전시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단순한 판로 지원 및 홍보 수준을 넘어서 크로스보더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주실지도 궁금합니다.
박샛별 서울언니들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에서 ‘글로벌 온라인 제주상품관’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다음 단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주도의 뷰티 제품이 B2C 모델로서 소비자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알아보는 테스트배드, 두 번째는 오프라인 바이어 쇼 케이스를 진행해 현지 바이어로부터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요, 제주센터의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한 스타트업 5곳을 포함해 온라인 전시에 참여한 30개사를 다 저희 고객사로 생각하고 내년, 내후년에도 입점부터 바이어 발굴, 마케팅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윤정 최근에는 케이스타일허브가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의 제주상품 글로벌 오프라인 지원사업 유통협력사가 되었어요. 저희가 서비즈 중인 인도네시아 ‘언니스’ 뷰티 앱의 오프라인 플래그십을 올해 10월 자카르타에서 론칭하는데, 이곳에서 제주 오프라인 스토어를 같이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언니들’을 통해 온라인으로 홍보한 제품을 이어받아 오프라인으로 직접 소비자와 바이어에게 소개하는 기회까지 마련된 거죠. 단순히 온라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과 매칭을 포함하여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지원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케이스타일허브 박윤정 대표
제주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다
이재형 마지막으로,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모든 스타트업에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을까요?
이민규 글로벌 진출이 스타트업에 많은 이점이 있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실 거예요.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성공시키기 힘든 시기잖아요. 글로벌은 그것보다 2배, 3배 더 노력이 필요한 시장이에요. 많은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임을 꼭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에 적합한 전략이 무엇인지, 그 전략을 함께 꾸려나갈 믿을 만한 파트너는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박윤정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글로벌 진출 후에도 국내 시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에요. 국내에서 성과가 없다 보니 글로벌로 눈을 돌리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국내에서의 기반이 튼튼해야 글로벌 진출도 성공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두 번째는 최소한 1~2년 정도는 길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에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단기간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긴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보는 경우도 많으니 인내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샛별 제주에서 눈에 띄는 스타트업과 제품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제품력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성공한 사례가 많죠.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브랜드가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제주라는 지역의 가치와 브랜드 파워가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제주라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되, 여기에 국한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재형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와 소비자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나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와 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고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주센터와 협력하는 모든 파트너사 및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를 통해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