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원료와 100% 자연에서 유래된 성분만을 사용해 누구나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립스틱 브랜드 ‘율립’. 지난 2017년 창립해 2021년 브랜드 론칭 후 미국 아마존 진출 2개월 만에 아마존 초이스에 선정되며 단기간 베스트셀러라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과연 율립의 매력은 무엇일까. 율립 원혜성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율립 원혜성 대표
Q. 본래 뷰티 에디터로 일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창업에 나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창업을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하던 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이전처럼 직장을 다니기가 힘들어졌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저였기에 하루가 정말 바쁘게 돌아갔던 육아 7개월 차부터 몇 가지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아예 모르는 분야보다는 제가 잘 아는 아이템으로 창업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구글의 ‘캠퍼스 포 맘스(Campus for Moms)라는 엄마를 위한 창업 교육과정을 알게 됐고,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죠.
환경을 생각하는 율립의 친환경 페키징
Q.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제품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A. 사람과 지구가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꿈꾼다는 브랜드 가치에 맞게 율립의 모든 제품은 100% 자연에서 얻은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립스틱을 만들기 위해 비타민나무 열매 오일, 동백꽃 오일, 달맞이꽃 종자유, 시어버터, 보리지 오일 등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천연 무기 염료, 자색 고구마, 자색 무, 적색 산화철 등으로 색소를 만듭니다. 천연 색소라 원료의 색이 작황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떤 화학약품도 첨가하지 않아 누구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입술 트러블이나 피부 건강이 개선되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만큼 건강에 좋고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친환경 화장품입니다.
Q. 100% 천연, 비건 뷰티 브랜드라는 슬로건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지금과 같은 철학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여성과 아이, 더불어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철학입니다. 오늘날의 인간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악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화장품에는 다양한 화학약품들이 첨가되어 사용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킵니다. 실제로 타르 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립스틱이 우리나라 전체 립스틱 중 약 2%에 불과하다는 기사도 있죠. 선명하고 강렬한 색을 위해서는 타르 색소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하는 제품들을 당장 퇴출시킬 수는 없기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율립 역시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제품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 내 자녀도 안전하게 사용할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화장품 마케팅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하기가 정말 힘들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이 초심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제품 개발 회의
Q. 창업 이후 굉장히 빠르게 아마존에 입점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셨습니다. 당시 스토리를 말씀해 주세요.
A. 제품 개발 후 2018년 립스틱을 출시했는데요, 율립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특징이 당시에는 국내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잘 어필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국내에서는 친환경이나 비건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북미 시장을 목표로 전략을 짰죠. 지금처럼 정보가 다양하지 않아서 아마존이 어떤 플랫폼이고, 어떤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지를 몰라서 직원들과 밤을 새우며 하나하나 공부하며 접근했어요. 다행히 좋은 결실을 얻게 되었죠.
왕대나무 추출물 70%를 함유한 세럼
Q. 아마존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갑작스럽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A.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면서 소비가 줄었고, 전체적인 뷰티 제품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생필품이 우선인 상황이라 저희 제품을 검색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물량은 묶였고, 마스크를 쓰면서 립스틱 사용량도 줄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이전에 투자받은 자금으로 어려운 시기를 간신히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친환경성이 더욱 강조된 율립 2.0 개발을 시작했어요. 정말 긴 터널이었는데요.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서 R&D에 투자한 결실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율립은 MYSC(미스크)의 투자기업이면서 메리히어 입주기업이기도 합니다. 제주센터의 파트너인 미스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제주센터와의 인연도 말씀해 주세요.
A. 2019년에 ‘청년벤처포럼 어!벤처스’에서 저희가 대상을 받았어요. 당시 대회를 주관한 게 미스크였습니다. 미스크에서 친환경,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향한 노력과 북미 시장 진출에 대한 적극성 등을 좋게 보았고, 2020년에 프리A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율립 2.0이 탄생한 거죠. 더불어 미스크는 투자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기업들과 연계된 주관사로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다른 기업과 좋은 협업 기회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사무실을 구할 때에 메리히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올해부터 메리히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센터는 저희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제주도는 해외 고객들과의 미팅이나 수출에 이점이 많은 지역이죠. 특히 희귀한 유기농 원료와 식물성 원료들이 많아 화장품 기업에는 천국 같은 장소예요. 율립 역시 제주센터 보육기업 출신입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제주센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판로 확대나 마케팅뿐만 아니라 R&D 과정에서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신 덕에 율립 2.0이 무사히 개발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더현대 비클린에서 열려던 율립 팝업스토어
일본 F/W 전시회 비플페스 팝업스토어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율립의 계획과 비전을 말씀해 주세요.
A. 처음 저희가 북미 시장의 문을 두드릴 때만 해도 국내나 아시아에서는 친환경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어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시장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친환경, 비건 화장품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고, 무엇보다 글로벌에서 한국 뷰티 산업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의 허들이 굉장히 낮아졌어요. 한국에서 성과를 거둔 뷰티 브랜드라면 해외에서 먼저 러브콜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율립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진출의 길이 막혀있는 동안, 제품의 기능과 친환경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율립 2.0 개발에 힘썼습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수년째, 율립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와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는 친환경, 클린메이크업 콘셉트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율립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바라보며 고객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