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 오피스제주 대표
지난 2019년 제주시 조천읍에 문을 연 오피스제주는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 왔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며, 일할 곳이 필요한 이들에게 최적의 공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워케이션으로도 인기를 얻으며, 마이리얼트립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아 일과 휴식에 한층 더 최적화된 사계점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내년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는 오피스제주 박성은 대표. 그가 말하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무엇인지를 들어보자.
오피스제주는 업무에 집중하면서도 휴식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코워킹스페이스와 숙소가 결합한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피스제주는 리모트워커와 워케이셔너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특색 있는 문화가 있는 제주도에서 살아보면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도시를 잠시 떠나 한적한 공간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죠. 또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숙소도 제공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오션뷰가 멋진 코워킹스페이스와 마을 안에 마련된 다양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조천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이나 요구 사항에 맞춤한 시도를 했고, 최근에는 한적한 지역에 업무 공간과 쾌적한 숙소가 함께 있는 오피스제주 사계점까지 확장했습니다. 공간 기획부터 인테리어까지 제가 학부생 때 전공한 건축학과 석사 때 전공한 도시설계학을 살려 직접 관여했어요.
오피스제주 조천점과 사계점 둘 다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마을에 자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각각 공간의 특징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아마 제주에 많이 와봤다고 하시는 분들도 조천읍 조천리나 안덕면 사계리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는 게 없을 것 같아요. 몇몇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한적한 시골 분위기가 나는 곳이죠. 그래서 활동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보다는 조용히 자연을 보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물론 조천점과 사계점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조천점은 1층에 코워킹스페이스가 있고, 2~3층에 4개의 숙소 그리고 별도로 인근 마을 안에 독채 숙소까지 있는 형태입니다. 독채에서는 한달살기도 가능하고요. 조천점은 코워킹스페이스를 거점으로 고객들이 마을 안에서 숙박하고 그 지역을 경험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마을에 있는 카페나 맛집 등과 제휴를 맺어 먹을거리나 즐길거리 등을 추천해주고 있고요. 오시는 분들이 조천이라는 지역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죠.
사계점은 원래 호텔이 있던 곳이에요.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코워킹스페이스와 숙소가 하나로 결합한 공간을 만들었죠.
또 방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을 위해서 숙소에도 책상이 있죠. 조천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 세미나실이 있어 단체로 온라인 회의를 하거나, 간단한 워크숍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제주 사계점
서울살이에 지쳐 제주로 내려오셨다고 들었어요. 제주에서 생활하던 중 오피스제주를 창업하셨다고요.
오피스제주는 두 번째 창업이에요. 첫 번째는 서울에서 열었던 건축설계사무소였습니다. 한 4년 정도 정말 열심히 운영했는데, 그때 수도권에 있는 사무실의 설계나 인테리어 시공을 많이 했어요. 물론 그때의 경험이 지금 오피스제주 창업과 비즈니스를 이어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았던 탓에 결국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휴식이 필요했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아내의 고향인 제주도로 자녀와 함께 내려왔어요. 당시에 제주도에 건축 붐이 일고 있을 때니, 다른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업하거나, 다시 창업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제주에 내려온 후 잠시 쉬고 있었는데, 그때 운이 좋게도 제주도청에서 건축이나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직 공무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어요. 자격요건이 딱 저에게 맞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아내와 처가 식구들이 정말 좋아했죠. 힘들지는 않았지만, 제가 원하는 삶과는 조금 달랐어요.
그러다 우연히 조천읍을 지나다가 마침 막 짓고 있는 건물을 보게 된 거죠. 지금의 오피스제주 조천점인데,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코워킹스페이스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 싶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처음에는 가족들을 설득하기가 좀 어려웠죠.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처음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코워킹스페이스로 설정하신 게 독특합니다. 창업 당시였던 2019년에는 코워킹스페이스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지기 전부터, 한 3년 정도는 계속 생각해왔던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디지털 노마드', '리모트워커' 같은 개념은 그전부터 있었으니까요. 발리 같은 휴양지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휴양지인 제주도에 이런 공간이 없다는 게 조금 의아했어요. 물론 제주 곳곳에 코워킹스페이스가 있었지만,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운영 시간에 제약이 많았죠. 여러 가지를 따지고 보면 수익률이 낮고, 또 땅이나 건물 같은 기반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도전하기가 힘든 분야였지만, 분명 수요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사업이었어요.
처음에는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를 함께 운영했는데요, 그러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처음에는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경쟁자로 삼았어요. 저도 자주 이용했던 곳들인데, 이용할 때 4시간 이상 앉아 있기가 힘들더라고요. 장시간 앉아 있기에 의자나 책상이 불편하고, '카공족'을 위한 공간도 있지만 답답하기만 했죠. 그리고 소음이 많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요. 그래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피스제주는 오랜 시간 한 공간에 머물며 쾌적하게 일할 사람을 타깃으로 삼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했죠. 처음 문을 연 오피스제주 조천점에는 카페도 있었어요. 음료와 디저트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했죠. 하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습니다. 코워킹스페이스보다는 카페로 인식하는 분들이 계셨던 거죠. 그렇게 문을 열고 3~4개월 정도 지났을 시점엔 결단이 필요해졌어요. 마침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는데,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백종원 씨의 말을 듣고는 카페 메뉴 수를 확 줄였어요. 그래도 큰 효과가 없더라고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던 거죠. 정말 마지막으로 '온전히 일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 그때도 안 되면 접자'는 생각으로 카페 운영을 아예 접고 코워킹스페이스 운영에 더 집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다음부터 오피스제주에 일하는 사람들이 모이더라고요. 숙박까지 결합한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수익도 생겼죠.
적정 가격을 설정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한 시간 단위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지금은 반일권(4시간)과 종일권으로 고정되었어요. 그래서 잠깐 몇 시간 이용하실 분에게는 앞서 말씀드린 카페가 더 효율적이겠지만, 조금은 긴 시간 앉아서 커피도 무제한으로 마시고, 다양한 공간도 활용하실 분들에게는 오피스제주가 좋겠죠.
오피스제주 조천점의 업무 공간
주로 어떤 분들이 오피스제주를 찾아오시나요? 최근에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요.
일에 진심이고,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워커홀릭들이 잠시 대도시를 떠나 온전히 자기 일에 집중할 공간이 필요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오피스제주도 그런 공간을 추구하고요. 굳이 비율로 따지면 일과 휴식이 8 대 2입니다. 신기하게도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오기도 하죠. 데이트나 여행으로 왔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일만 하다 가시더라고요. 스타트업 공동 대표 혹은 예비창업자분들이더라고요. 일만 할 거면 뭣하러 제주까지 내려왔나 싶겠지만, 사무실에서는 직원들 업무 보고도 받아야 하고, 불필요한 회의나 미팅도 있다 보니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는 거죠. 돌아가실 때는 일하기 좋은 공간 덕분에 시간을 유용하게 썼다며 감사의 말도 해주세요. 그런 분들이 저희 공간을 제일 잘 이용해 주셔서 뿌듯합니다.
최근에는 단체 고객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사계점에는 세미나실과 회의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작은 행사도 진행할 수 있으니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현대백화점, LG화학, 퍼시스처럼 좀 큰 기업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몇몇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오거나, 혹은 팀 단위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워케이션의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이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시장이 더욱 확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사실 워케이션이라는 단어에 대해 디지털 노마드 혹은 제주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자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서, '왜 휴가지에서 일을 해?'라고 생각하죠.
이런 의구심을 잠재우고 워케이션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워케이셔너의 의견과 편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100% 만족할 수 있어야 하죠. 직원 복지의 하나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지만, 불필요한 업무 보고나 지출 증빙 같은 비효율적인 것들을 행하거나, 지켜야 할 수칙을 과도하게 만들다 보면 결국 제2의 연수원으로 전락해 버릴 거예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워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오피스제주 조천점 2층 숙소
앞으로 오피스제주는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있나요?
그동안 대도시에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도 여럿 둘러보았는데요, 멋진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맥주를 즐기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피스제주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오피스아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어요. 흔히 말하는 '불멍(장작불을 멍하니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을 즐기며 여기에 온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 조전첨에서 해보니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어요. 앞으로는 사계점에서도 종종 자리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제주 외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 계획이 있으신지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요. 장기 계획도 아니고 당장 내년 중에 오픈할 계획입니다. 먼저 캄보디아의 씨엠립(Siem Reap)이라는 도시의 리조트 안에 플러그인 하는 방식으로, 누구든지 업무 공간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입니다. 한 20~30평 정도 되는 공간이지만,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고 실험이에요. 이게 잘 이뤄지면 다음에는 베트남, 태국, 발리 등으로 더 확장해 동아시아 10호점까지 문을 여는 게 큰 목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워케이션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리모트워크 안에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끝날지에 관해서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해요. 오피스제주도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를 지금보다 더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일하기 좋은 공간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