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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테마파크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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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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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 ⓒ아는동네
더루트컴퍼니는 라이프스타일&로컬 분야를 혁신하여 ‘2023년 강한소상공인 파이널 피칭 오디션’이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야심 차게 개최한 이번 행사에서 로컬 브랜드 유형 1위를 차지한 기업은 바로 더루트컴퍼니. 강원도 감자 농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더루트컴퍼니의 김지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강한소상공인 파이널 피칭 오디션 로컬 브랜드 유형 1위를 차지하셨습니다. 소감과 함께, 더루트컴퍼니가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도 말씀해 주세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도와준 직원들과 소비자분들, 더불어 행사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디션 형태의 대회는 처음이었는데요. 경쟁을 전제로 한 행사였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했던 로컬 크리에이터들, 창업자분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현장에서는 너무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 10위 안에만 들어도 선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에 놀랐습니다. 행사가 마무리되고 회사로 돌아가서 직원들과 왜 1등으로 뽑혔을까를 고민해 봤죠. 답은 진정성과 스토리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우리 회사의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고 유니크한 제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릉에서 지역 파트너들과 직접 부딪치며 로컬에 도움이 되는 진정성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이런 스토리가 저희만의 특징, 무기로 각인되어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강원도 감자 농가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매진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루트컴퍼니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해 주세요.
더루트컴퍼니는 말씀하신 것처럼 감자 농산업에 있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회사입니다. 감자 종자 육성부터 재배를 직접 도맡고 있고 정품 종자 유통을 통해 불량 종자의 유통을 막는 데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한 감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감자 가공식품을 만들고 ‘감자유원지’라는 감자 식문화 공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가공해 ‘포파칩’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감자의 밸류체인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로컬 감자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 ⓒ아는동네
Q: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자 밸류체인에 매진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 관점이 녹아든 비즈니스를 하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이쪽 분야로 아이템을 정한 건 아니었고요. 제가 나고 자란 강릉에 어떤 로컬 현안이 있는지를 조사하다가 자연스럽게 강원도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감자 산업에 여러 문제가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종자나 재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없고, 농산물이라 시세가 시기마다 달라져 수익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저희도 수익을 위해 품질 좋은 감자를 유통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그 과정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은 어렵게 수확을 하긴 하는데, 상품성이 없어서 폐기할 수밖에 없는, 처치가 곤란한 농산물이었어요. 맛에는 차이가 없는데 외형이 균질하지 않아서 가공이 어렵고 고객들이 기피하는 농산물인데요. 이런 농산물은 그대로 두면 또 바이러스가 생기고 다시 자라는 문제가 있어서 따로 비용을 소모해 폐기해야 합니다. 어차피 폐기하는 거라면 못난이 감자를 이용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감자 밸류체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해 만든 포파칩 브랜드를 공급하고 계십니다. 포파칩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일단 대부분의 감자를 강릉이나 평창에서 수급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지에 공장이 있고, 원료 공급도 로컬에서 즉각적으로 이어져서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더불어 대중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감자칩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못난이 감자의 균일하지 않은 외형 덕에 생긴 특징인데요. 단면의 플랫 형태보다는 길쭉한 형태로 만들어 먹기 편합니다. 또 두껍게 제작해 감자 특유의 식감이 더 잘 느껴지죠. 현재는 기존 감자칩에 강릉의 특산물을 가미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감자 식문화 공간인 감자유원지 ⓒ아는동네
Q: 2022년에 감자 식문화 공간인 감자유원지를 오픈하셨습니다.
감자유원지를 오픈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감자유원지는 강릉에 있는 60평 규모의 감자 식문화 공간입니다. 못난이 감자로 만든 감자칩, 포파칩과 굿즈, 감자를 가공해 만든 감자스프, 감자 눈 카레우동 등을 판매합니다. 다양한 감자의 품종을 전시하기도 하고 감자로 만든 각종 술, 음식 등 가공식품도 만날 수 있죠. 감자유원지는 감자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방법의 하나로 구상한 일종의 쇼룸입니다. 사실 사과나 딸기, 고구마 같은 식재료는 대중들이 품종마다 특징을 제대로 알고, 그에 따른 다양한 조리법도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유독 감자는 그런 문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감자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재미있게 전달해 보자는 생각으로 감자유원지를 구상했어요.
Q: 감자유원지가 지역의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체감되시나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통계를 보면 방문객의 80% 정도는 외부에서 오신 관광객인 것 같습니다. 20~30대 손님들은 SNS나 블로그에서 강릉에 이색적인 관광명소를 검색해서 방문하는 이들이 많아요. 손님들에게 방문 이유를 여쭤보면 대부분 특색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감자유원지를 찾아왔다고 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감자유원지가 지금처럼 강릉을 대표하는 지역 관광지로 기능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부담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감자유원지가 대중들에게 감자에 대한 작은 정보 하나만 전해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자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과 감자 품종을 설명해 놓은 전시를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자녀와 함께 감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고객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감자유원지가 감자의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꺼운 식감이 좋은 생감자칩 ‘포파칩’ ⓒ아는동네
Q: 강릉에서 나고 자란 대표님이 보시기에, 로컬로서 강릉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주도 정도를 제외하면 한반도에 있는 인구 50만 이하 도시 가운데 강릉이 가장 특색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천년을 이어온 단오제 같은 행사가 있고, 율곡 이이나 신사임당 같은 임팩트 있는 역사 인물과 관련된 공간도 많습니다. 여기에 해변이 20개가 넘을 정도로 해변이 발달해 있어 관광 도시로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고 수산물 중심의 식문화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감자, 동치미, 장칼국수, 초당 순두부 등 향토 음식도 발달해 있죠. 수도권을 당일에 갔다 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심리적, 물리적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아요.
Q: 지난 11월 30일에 개최된 ‘J-Connect Day’에 참석해 더루트컴퍼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제주도에 방문하셨던 소감이 궁금합니다.
2018년에 열렸던 첫 번째 ‘J-Connect Day’ 때부터 참석하면서 많은 로컬 관련 주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J-Connect Day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만난다는 건, 개인적으로 매우 큰 힘이 되는 일입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지가 있다는 위안을 얻게 되거든요. 더불어 로컬과 관련된 다양한 어젠다를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J-Connect Day가 로컬과 관련한 여러 어젠다를 다루는 로컬 행사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더루트컴퍼니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감자라는 식재료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감자 밭, 감자칩 제조 현장, 감자 게임, 감자 박물관, 감자 체험 등 감자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가 모여 있는 감자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지역의 로컬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컬의 다극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릉에 감자 종자 연구소, 재배하는 농가뿐만 아니라 감자 교육기관, 가공 회사들이 위치하고 있어야 비로소 감자 산업이 강릉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겁니다. 제주도 역시 감귤 산업, 메밀 산업 등이 잘 이뤄진 것처럼 지역마다 로컬을 상징하는 식재료나 제품과 관련된 산업이 성장해 로컬의 가치가 더욱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더루트컴퍼니도 더 열심히 달려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