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진 말고기연구소 대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자 또 다른 나라인 제주도는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왔다. 오직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들이 즐비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제주도의 숨겨진 명물, ‘말고기’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데 성공한 말고기연구소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입도 7년차 제주살이는 어떠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늘 똑같습니다. 그저 제주도가 좋아서죠. 제주의 자연, 제주의 음식, 제주의 사람,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7년 전 결혼과 함께 아내와 제주에 살기로 결정하고 제주도에 대한 외사랑을 양방향 사랑(?)으로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웃들의 많은 도움으로 이제는 어엿한 제주도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요새는 육지에 가면 오히려 더 어색할 정도로 제주도 생활에 익숙해졌죠. 제주살이에 대한 기대감을 120% 이상 충족하는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말고기를 창업의 승부수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주도를 사랑하다 보니 여행을 오면 자연스럽게 지역 향토음식을 찾곤 했습니다. 말고기 역시 예전에 여행을 왔을 때 접하게 된 음식입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말고기를 찾았지만, 실제로 먹어 보니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맛이 뛰어났습니다.
이후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생활과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흑돼지나 갈치보다는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예상도 했고요. 말고기를 널리 알리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에서 최종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말고기에 대한 편견이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말고기는 아직 대중적인 식재료는 아닙니다. 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개인적으로 말고기의 매력에 푹 빠졌던 까닭에 다른 사람들 역시 이를 좋아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내를 비롯해 가족과 여러 지인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몇몇은 제법 큰 거부감을 내보이기도 했죠. 그런데 제가 소위 ‘반골 기질’이 있거든요. 제가 느꼈던 말고기의 진정한 맛과 숨겨진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해당 아이템을 파고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말고기연구소는 저의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이에요. 첫 번째는 ‘김밥’을 주제로 한 말고기 음식점이었죠. 당시에도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실무적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가게 운영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직접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렸던 탓에 몸무게가 20㎏ 넘게 빠지기 까지 했어요. 막연한 자신감으로 경험도 없이 창업을 한 대가는 더없이 혹독했죠. 만약 지금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반드시 해당 업종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말고기연구소의 히트상품, ‘말육즙 소시지’와 ‘말육회 부각초밥’
말고기연구소만의 히트상품 ‘말육즙 소시지’ ‘말육회 부각초밥’은 어떤 음식인가요?
말고기연구소를 대표하는 양대산맥인 소시지와 육회초밥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말고기를 주제로 한 새로운 형태의 음식입니다. 소시지의 경우 전문가들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이겨내고 100% 말고기만을 사용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어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한 말고기의 풍부한 육즙을 살리기 위해 오랜 연구개발 끝에 거둔 쾌거였습니다.
육회초밥은 말고기의 부드러운 육질에 독특한 식감을 더한 음식입니다. 부드러움과 대비되는 바삭한 식감을 첨가하고자 수많은 식재료를 검토한 결과 김부각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이를 적용한 메뉴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식당 이름에 ‘연구소’가 들어갑니다. 실제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나요?
말고기를 주제로 선정한 순간부터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말고기는 상당히 까다로운 식재료예요. 다른 육류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조리법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오직 말고기에만 특화된 레시피를 새롭게 확립해야 하죠. 실제로 말육즙 소시지의 경우 무려 236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역작입니다.
똑같은 재료라고 할지라도 조리방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구현되는 까닭에 진짜로 ‘연구’가 필요하죠. 제가 지금도 매일 가게 문을 닫은 후 새벽까지 새로운 조리방법을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의 말고기 요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고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모두 실현할 때까지 말고기연구소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딱새우, 유채 등 제주만의 향토 식재료들이 점점 부각 되는 추세입니다. 다른 식재료와 콜라보도 가능할까요?
제주도에는 육지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하고 훌륭한 식재료가 즐비합니다. 말고기연구소가 현지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메뉴 개발을 실시해온 것도 제주만의 특징을 부각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대정에서 농사 지은 제주마늘을 사용한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더욱 다양한 식재료를 비롯해 제주도 특화 브랜드 및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제주도 창업의 메리트는 어떤 것일까요?
전 세계적으로 소위 ‘핫’한 특정 브랜드가 육지의 대도시가 아닌 제주도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만 보더라도 이곳의 잠재력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여전히 수많은 기회가 있는 곳입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식재료 및 관광자원, 독자적인 문화 등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