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워케이션 서비스 '일로오션'을 운영하는 더웨이브컴퍼니는 리모트워크를 꿈꾸는 프리랜서뿐만 아니라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하기 좋은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강릉이라는 독특하고 오랜 문화를 지닌 도심의 특성을 잘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인사이트 확장을 위해 제주도로 워케이션 견학을 다녀왔다는 최지백 대표. "강릉과 제주는 닮은 듯 다르다"는 그의 말을 따라 두 지역의 워케이션 생태계를 함께 살펴보자.
더웨이브컴퍼니를 창업하고 지역혁신가로서 많은 일을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별히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창시절을 수도권에서 보내면서 다른 사람처럼 나중에는 서울에서 취업하고 머무는 것만을 정답으로 알고 있었어요. 대학교 시절에는 잠시 울산으로 내려갔고 이후 공군 학사장교로 임관했는데,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깨달았어요. 제가 안정적인 생활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 찾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 새로운 일 대부분이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전역을 1년 정도 앞뒀을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생겼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죠. 대학교 때 만난 친구의 소개로 강원도 강릉으로 함께 이주하여 창업하겠다는 공동창업자를 만났고, 2018년부터 더웨이브컴퍼니라는 법인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머물렀던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점을 이루고 창업한 점이 특이합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지방 도시 중에서도 강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거주하다 보니 답답함이 있었고, 새로운 기회가 보이는 지역을 찾고 싶었습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강릉이 가장 눈에 들어왔죠. 2018년 평창올림픽이 열리면서 KTX(경강선)가 생겼고, 많은 사람이 동해를 보러 갈 때 강릉을 거쳐 갈 것이니, 앞으로 뜨는 도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강릉에 정착해 사는 것이 단순히 사업적인 기회가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5년째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지역살이에 대한 애정, 지역주민과의 만남,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도움을 통해 하루하루 강릉이 더 좋아지고 있어요.
더웨이브컴퍼니는 현재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 운영, 지역 소멸 솔루션 '강릉살자' 등 인적 자원과 지역이 연결되는 일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먼저 지역 커뮤니티이자 코워킹스페이스인 '파도살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운영되던 코워킹 카페 웨이브라운지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코워킹스페이스로 탈바꿈시켰죠. 리모트워커에게는 동해안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연, 문화, 역사가 있는 강릉시 명주동을 경험하면서 업무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로컬크리에이터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와 로컬 브랜드를 만드는 커뮤니티가 이뤄지죠. 더불어 명주동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로컬크리에이터는 파도살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필요시 프로젝트 자문이나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지역 소멸 위기와 청년 인구 감소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강릉살자'라는 솔루션도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53명의 청년이 강릉살자를 거쳐 갔고, 이 중 스무 명이 넘는 청년들이 강릉에 정착해, 자신의 꿈을 펼치는 동시에 로컬의 가치를 높이고 있어요. 강릉에 이주한 지 4년째 되는 더웨이브컴퍼니 구성원들이 강릉과 타지 청년의 입장에서 지역 이주 및 정착에 필요한 조건을 고민해보고 2개월간 지역을 경험하고 취·창업에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설계하였습니다. 동네, 바다 여행부터 각자의 꿈과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안전하고 완전한 커뮤니티 형성 기회를 제공합니다.
‘강릉살자’에 참여한 청년들
'강릉살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탄생 워케이션 프로그램 '일로오션'도 눈에 띕니다. 국내 대표적인 워케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일로오션은 '지치지만 쉴 수 없는 워커홀릭'인 분들을 위해 바다가 보이는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주일간 머물 수 있는 워케이션 서비스입니다. 일로오션은 강릉살자에 참가한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하였는데요. '일하는 여행자들의 바다살롱'이라는 슬로건으로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이상적인 '일'하는 모습을 워케이션이라는 키워드에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했지만, 지금은 현재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대상을 확대했어요. 동해와 소나무가 보이는 송정해변 인근에 '일하고 싶은', '일하기 좋은' 코워킹스페이스를 조성했습니다. 지속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받으면서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고객 내 세부 고객 타깃별로 다양한 워케이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워케이션을 고민하는 기업에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일로오션을 경험한 고객들 대부분 상당히 만족한다고 들었어요. 비결은 무엇인가요?
일로오션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는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것'과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또, 쉬고 싶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편히 일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가치는 프로그램과 공간에 고스란히 녹아있어요. 워케이션 중에도 평소처럼 업무를 빡빡하게 진행해야 하는 근로자도 많기에 일과시간에는 업무 외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있죠. 그래서 '지치지만 쉴 수 없는 당신에게'라는 일로오션의 슬로건에 맞게 고객들이 일하다가도 잠시 기지개를 켜거나, 고개를 들 때마다 동해의 청량함과 소나무 숲의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또 한 가지, 업무 공간 못지않게 잠을 자는 공간도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 모두 편히 쉴 수 있어야 하죠. 호텔과 제휴를 맺어 1인 1실의 쾌적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일이 끝난 후 누구보다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죠.
최근 다른 지역의 워케이션 공간을 둘러보기 위해 제주에도 방문하셨다고 들었어요. 오피스 제주, 팜스테이션 등 여러 곳을 보고 오셨는데, 강릉의 워케이션과 비교해 본다면 어떤 점들이 눈에 띄었나요?
다른 지역의 워케이션 공간과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워케이션의 본질적인 측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어요.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서 섬이라는 특성상 바다가 가깝고, 한라산과 크고 작은 오름이 곳곳에 있잖아요. 이런 자원을 활용하고, 제주만의 문화가 결합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제주 워케이션의 장점인 것 같아요.
강릉과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제주는 휴식의 느낌이 더 강한 도시라는 점이죠. 단기간 일정보다는 한 달 정도 길게 머무는 데 더 적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릉은 수도권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제주보다 가까워서 일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는 데 유리하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업무와 휴식 측면에서도 제주처럼 바다와 산을 한 도시에서 만날 수 있고, 소나무 숲과 습지, 호수 같은 강릉만의 자연 그리고 커피, 맥주, 향토음식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죠. 접근성과 교통편,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강원도와 강릉은 일주일 단위의 워케이션으로, 제주는 가는 김에 오래 있다가 오는 보름, 한 달 정도의 워케이션으로 다녀오는 걸 추천합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 ‘일로오션’
워케이션이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역가치를 확산하는 모델로 발전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기업은 워케이션을 '하나의 기업 복지 정책'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업무와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에 맞춰 철저하게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을 단순히 근로자라는 단어로 좁게 바라보지 않고 그들 입장에서 '일'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그들이 '일'을 잘 하고 잘 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죠. 워케이션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넘어 새로운 삶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다른 도시로의 이주', '다른 도시에서 일하려는 시도'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지역 인구 유입과 경제 가치의 증진 같은 부가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아직 워케이션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이나, 이를 낯설어하는 리모트워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
워케이션이 너무 매력적인 일과 삶의 방식은 맞지만, 남들 다 워케이션을 한다고 이를 낯설어하는 리모트워커나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따라 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거주지는 대부분 근로지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실질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죠. 그게 아니라면 매일 1~2시간 동안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싣는 사람도 있죠. 더웨이브컴퍼니가 워케이션 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확장하려는 이유는 이처럼 워케이션이 사람들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주고 국내 어떤 지역이든 쉽게 정착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입니다. 앞으로 워케이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일을 휴가처럼, 휴가처럼 일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준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더웨이브컴퍼니의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기획해 나갈 예정인지 말씀해 주세요.
큰 사회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더웨이브컴퍼니는 지역 소멸과 주거 이전 등에 관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려고 합니다. 삶의 방향을 찾는 청년들에게 지역에 일하며 살아볼 기회를,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역에서 일하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것들을 공간, 서비스, 프로그램에 담아 워케이션 문화를 만들 것입니다. 강릉에서 시작해 양양, 속초, 평창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강원도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갈 테니, 제주와 서울뿐만 아니라 먼 곳에 계신 분들께서도 많이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역 커뮤니티이자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