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시 본 제주시 원도심은 언제고 다시 뛸 뜨거운 심장을 감추고 있다. 기원전 5세기 탐라국부터 켜켜이 쌓아 올린 제주 섬의 중추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횡으로 넓히거나 고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보편적인 도시 성장과 달리 제주시 원도심은 몸집을 부풀리는 대신 사람을 부르는 것으로 내성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학습했던 방법 그대로.
제주시 원도심의 구성은 특별하다. 화산 폭발로 섬이 만들어진 이후 삶으로 밟아 다진 공간이 있는가 하면, 대홍수를 겪으며 무너지고 유실된 후 남은 곳, 그리고 계획 수립에서 1·2차 매립까지 15년에 걸쳐 사람의 손으로 만든 땅까지 얼기설기 연결돼 있다.
탐라 시대부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했던 터전에서 도로 하나를 지나면 이제 사람과 호흡한 지 100년 정도 된 땅이 있고, 다른 방향으로는 잘해봐야 30년보다 조금 더 쓴 땅이 있다. 그 위를 바람만이 아니라 사람, 무엇보다 삶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흐른다. 이 모든 걸 단순히 도시 계획, 도시 재생이라는 말로는 가늠할 수 없어 결국 사람을 부르고 또 부른다.
제주시 원도심은 과거 제주 읍성의 흔적을 얹어 원형의 제주시 원도심은 과거 제주성과 제주목, 오현단, 삼성혈 같은 명소와 더불어 동문시장(재래·공설·수산시장), 칠성통 등 상점가를 중심으로 힘을 키웠다. 2010년을 전후해 제주성 중심의 역사문화유산 복원과 걷는 거리·문화공간 조성, 상권 활성화 시책 같은 도시 재생 사업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보호 본능을 심하게 건드렸다. 물리적 공간 배열 측면에서 유인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장·상점가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마저도 사회경제 환경 변화 속에 힘을 잃고 있다.